-정순자(가명.39세)-
부부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서 키워도 쉽지 않은데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드실지 짐작이 갑니다. 아드님이 가끔은 반항적인 말투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얘기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니 건강한 발달 과정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자신의 자아와 자기 주장이 강해질 때입니다. 무조건 “∼해”“,∼하지 마”하고 명령, 지시조로 얘기하지 말고 어떤 TV프로그램이나 게임, 운동을 좋아하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어떤 친구와 가장 친한지 등 아이의 관심사에 대해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물어보고 그 얘기를 귀담아 들어 주십시오.
그래도 주저하고 겁을 내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엄마가 화를 내거나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니 언제든 엄마에게 얘기해 주면 좋겠다는 엄마의 심정을 전달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한두번의 시도로 금세 말문이 트이거나 관계가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엄마가 무심코 던졌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면, 진지하고 솔직하게 아이에게 사과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어떨는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버릇없다는 소릴 안 듣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겠지만 혹시 그것이 너무 지나쳐 아이를 위한다기보다 내 체면을 위해서 아이를 억압하는 건 아닐까 돌아볼 필요도 있구요, 엄마가 자기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고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엄마가 아이에게는 모델인 셈이며 그 모든 것을 아이가 학습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것이 아이가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외로움, 육체적인 피로, 다른 사람들의 편견에 찬 시선은 아닌지 돌아보십시오. 그리고 나 혼자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 대한 부당한 편견 앞에서 당당해지시기 바랍니다. 아이 아빠와 헤어진 이유가 이혼인지 사별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부모 가족이 바로 문제가족이거나 결손가족은 아닙니다. 아빠 없이도 양부모가 있는 가정 못지않게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가족의 형태가 아니라 그 내용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지나친 죄책감은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식 중심으로 사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챙기고 내 생활을 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는 힘이 되고 자원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