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자(가명·37세)
A동서지간, 참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관계이지요. 형제간의 남편 서열에 따라 여자들의 지위가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사이이면서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맺어지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동서의 학력이나 친정집의 사는 정도, 전업주부냐 맞벌이냐에 따라서 그리고 시부모님의 편애 때문에 갈등을 빚는 동서들을 많이 봅니다.
형님으로 대접은 안 하면서도 윗사람으로서의 의무만 들먹이는 이기적인 동서 때문에 속 끓이는 심정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5년씩이나 왕래를 끊고 사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싶군요. 단절된 세월 속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요?본인은 정작 미운 동서 얼굴을 안 보니 큰 불편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남편은 형제간의 의를 끊고 살려니 편치만은 않았을 겁니다. 술만 마시면 동생 얘기를 꺼내는 남편 심정을 생각해 보셨는지요?부부란 어느 한 쪽이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한 쪽도 행복할 수가 없는 사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싸우지 말고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형제도 많지 않은 요즈음, 사촌끼리의 관계라도 회복시켜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먼훗날 둘뿐인 아들들이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낸다면 심정이 어떨까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하루 빨리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악화된 관계가 굳어져서 갈수록 회복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동서가 밉고 원망스러워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겠지만 인간관계란 상대적이어서 본인에게도 조금은 잘못이 있지 않을까요?화해나 사과는 누가 먼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는지요?‘아랫사람이 먼저 잘못했다고 사과 안 하는데 내가 왜 먼저 연락을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그런 생각이 두 분의 관계를 해쳤던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윗사람으로서 아무 조건없이 손을 먼저 한번 밀어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연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과의 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형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동서의 마음이 봄눈 녹듯 풀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동서의 장점, 좋은 점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긍정적인 면이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일까요? 그동안 중간에서 남편이나 시동생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지혜로운 중간 역할을 부탁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악화된 관계가 금세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명절이나 부모님 제사, 그리고 생일 같은 날에는 왕래 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