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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되려면 좋은 남편부터 돼야”(경향신문 인터뷰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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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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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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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되려면 좋은 남편부터 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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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을 때 엄마와 의논하는 청소년은 32%인 데 비해 아빠는 4%뿐이다’ ‘가사노동과 자녀돌봄에 남편의 참여는 매우 미흡하다’…. 여성가족부가
이달 2일 발표한 2005년 가족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보통 아빠’ ‘보통 남편’의 현주소다. 자녀에게서는 따돌림, 아내로부터는
황혼이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인지 최근 ‘좋은 아빠(좋은 남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직장과 가정의 일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슈퍼아빠’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아빠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 프랑스 등 서구에서는 오래전에 나타난 현상이다. 바람직한 아빠, 남편이 되기 위한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란 쉽지 않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49)을 만나 현실 진단과 처방을 물어봤다.
강소장은 (주)대교에서 20년간 일하다 1997년 말 대표이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가족문제 전문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다.
-보통 아빠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바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데 있습니다. 아빠는 자녀의 성장발달 과정에 따라 제때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와의 노선이나 가치관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엄마가 현실적이라면 아빠는 관대한 편이죠. 예컨대 엄마가 자녀에게 ‘공부하라’라고 하면 아빠는 ‘놀아라’라고 하거나, 엄마가 100원을 아끼면서
억척스럽게 사는데 아빠는 술 마시고 들어와서 자녀에게 용돈을 펑펑 주는 식입니다. 부부간 노선 차이는 자녀에게 혼란을 줄 뿐 아니라 부부간
갈등을 부르기 쉽습니다.”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라고 할 수
있는지요.
“저는 좋은 아빠의 조건으로 3가지를 듭니다. 먼저 자기 스스로 바로 서야 합니다. 삶의
꿈과 비전, 목적이 뚜렷하고 현재의 일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아빠여야 합니다. 둘째, 아내를 사랑해야 합니다. 부부간 분위기나 무드는
자녀가 자라는 토양이요, 환경입니다. 셋째, 자녀를 존중해야 합니다. 자녀가 아빠의 존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도록 해야 합니다. 자녀의
생각과 취미, 관심이 아빠와 다르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합니다.”
강소장은 우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가
배우자보다 자녀를 중히 여기는 경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모·자녀관계보다 부부관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자녀양육의 선행조건이란 시각에서다.
“부부가 갈등하고 싸우는데 자녀가 잘 자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용돈을 많이 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비싼 옷을 입혀도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 가정은 지나치게 자녀 중심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우상처럼 떠받들고 삽니다. 자녀가 커서도
마찬가지죠. 오죽하면 ‘부모가 자식 환갑상까지 차려준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자식농사보다 부부농사가 먼저입니다. 자녀에게 쏟는 돈과
노력, 관심 같은 에너지를 아껴 부부관계에 써야 합니다.”
부부갈등의 ‘근본 원인’에 대해 물어봤다. 여성부 조사에서 부부갈등의
외형적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 음주, 늦은 귀가, 잔소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부갈등을 해소하는 ‘기술’이 부족한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화,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듣기를 잘 못합니다. 말이나 어투에도 문제투성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말싸움이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지요. 부부가 서로 자기방식만 고집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내는 ‘신랑이 죽일 놈’이라고
비난하고, 남편은 ‘아내가 천하의 악처’라고 주장합니다. 죽어도 내가 옳다면서 상대방의 변화를 강요할 뿐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확’ 바꿔
놓겠다고 생각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과 차이를 인정한 뒤 공통 관심사를 찾아 함께 하면서
관계개선을 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부갈등을 예방하거나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먼저 대화술을 배워야 합니다. 게다가 대화술은 한번 배워 익혀 놓으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평생 써먹을 수 있습니다. 갈등 해소가 어렵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 설득과 양보를 통해 ‘협상’하려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특히
사소한 갈등도 그때그때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은 ‘감정의 쓰레기’를 쌓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전문성·객관성을
갖춘 전문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구소를 찾는
보통 아빠, 보통 남편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갈등 해소 ‘처방전’입니다. 그러나 사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방법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처방이 아니라 실천에 있습니다. 예컨대 살을 빼려면
덜 먹으면서 꾸준한 운동으로 칼로리 소모를 늘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서 ‘비방’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전문가가 흔히 내놓는 ‘10계명’ 같은 처방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응용해야 합니다. 매일 가족간 문자메시지 보내기,
안아주기, 다정하게 말 건네기 등 사소한 것이라도 꾸준히 실행에 옮겨 보세요. 언젠가는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강소장이 왜 잘 나가던 대교 대표이사 자리를 버리고 가족문제 전문가가 됐는지
궁금했다.
“중년(당시 40살)을 맞아 인생 후반기를 바칠 만한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대교는 아닌 것 같았죠.
나이를 먹어 갈수록, 연륜이 쌓일수록 더 잘 할 수 있는 일, 특히 가정과 병행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선친이 강조한 형제간 우애와
부모에 대한 효도, 가족·사람을 중시하는 대교의 회사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론은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문화였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2년가량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0년 1월 연구소(http://home21.co.kr, 전화 031-726-3747)를 냈습니다. 그해
3월엔 경희대 가족학 전공 박사과정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끝으로 가족문제
전문가로서 보통 아빠, 보통 남편과 다른 점이 있는지 물어봤다.
“저라고 아내나 자식과 문제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아내와는 이혼을 들먹이며 싸우고, 아들과는 큰 갈등에 빠진 적도 있었죠. 그러나 가정, 가족문제를 내 일로 삼고 있는 만큼 남보다 조금 나은
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가족관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알고 대처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 관계가 ‘질적’으로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내에게는 이미 ‘soul mate’(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영적인 동반자)가 되자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지요.”
강소장은 대교 시절에도 즐겁게 살았지만,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삶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요즘 자신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를 만나는 보통 아빠,
보통 남편이 천연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오히려 주눅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출 처] 경향신문 2006년 3월 20일
[사람속으로] [인터뷰] 노응근 편집국
부국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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