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얘기에 눈물이 핑 도는 D회장의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는 것 자체가 송구스러웠다. 이제껏 살아온 D회장의 삶이 아주 엉터리는 아니지 않았느냐, 본인이 이루어 놓은 성과와 업적을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준비해 간 책 두 권을 놓고
왔지만 돌아서는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살면서 저런 일만 없어도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의 불행을
나의 자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어 죄스러웠다. 내가 과연 저 입장이 되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자문을 하면서 내 모습을
그려보았지만 상상과 실제는 또 별개일 것이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 부닥치거나 큰 것을 잃고 나서야 진정한 행복, 보람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떠올리지만 왜 진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못하는지. 연락하고 찾아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나 않을까 싶어 마음이 쓰였는데 D회장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에 좀더 자주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100% 깨끗한 기업으로 경영한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구속되는 일만은 피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수업료치고는 너무 비싼 댓가를 치룬 셈이지만 오히려 그것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기회로 삼는다면 훗날 오늘을 얘기하며 웃음을 지을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번잡스런 일들로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가지기가 어려운 법인데 구치소의 생활이 주는 선물도 있지 않겠느냐는
위로의 말은 끝내 할 수가 없었지만....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