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존중감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여성이 상담을 청해왔다. 과연 그 남자와 결혼을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결심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부모님을 둔, 소위 인류대 출신의 직장 남성인데 형제들 역시 역시 쟁쟁한 학력과 전문직을 자랑하는 보기 드문 집안이었다. 그런데 말끝마다 자기는
부족한 사람이고 집안도 그렇게 훌륭한 편이 아니며, 나같은 남자 만나서 고생하지 말고 다른 남자 만나서 잘 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겸손한 사람이다 싶어 오히려 좋게 보였는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이제는 이 사람과 제 2의 인생을 꿈꾸기가 겁난다는 것이었다.
객관적인
조건으로 보면 나무랄데 없는 청년이었지만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형제들과의 비교 그리고 끊임없는 질책 때문에 자존감이 무척 낮은 사람이었다.
이렇듯 성장 과정에서의 자기존중감 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에 의해서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사소한 문제 앞에서도 시도조차 해 볼 생각을 못하거나 되지도 않는 이유만 늘어놓고 타인의 선의까지도 180도 거꾸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들로 키우는 방법은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잘못된
비판과 지적은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오히려 자녀들의 자존감을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부모들을 자주 보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표준을 정해 놓고 지극히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잔소리와 간섭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것 아냐”, “왜 다리를 그렇게 떠니? 복 나가게”, “허리 좀 펴고 TV 봐라. 그리고 좀 더 뒤로 앉고”, “이게 뭐니?
도대체 방이 돼지 우리도 아니고”, “넌 먹고 자고 게임밖에 모르지. 그러니 무식하단 소릴 듣지. 뉴스도 보고 책도 좀 읽어라”>>
최근
일 주일 동안에 아이들에게 했던 얘기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종이 한 장을 놓고 중앙에 줄을 그은 다음 왼쪽에는 충고, 꾸중, 비난, 비판,
비교, 설교 등의 얘기를, 오른쪽에는 칭찬, 격려, 인정 등의 얘기를 써 보면 그 불균형에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 한 장을 넘길 만큼 쓸
것이 많은 왼쪽 편의 글에 비해서 오른 편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몇 줄을 더 넘기지 못 할 만큼 쓸 게 없을 것이다.
담배
한 개비의 니코틴이 쌓이고 쌓이면 치명적인 독이 되듯이 아무리 자녀들을 위한 사랑과 관심 때문이라지만 이런 종류의 비판과 지적이 쌓이다 보면
자기를 비하하게 되고,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한 자녀들의 자아존중감은 종이 한 장도
밀어넣을 수 없을 만큼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나 도전 앞에서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되는데 이런 아이들은 ‘나는 뭐든지 해도 안 된다’고 지레 포기를 함으로써 실패 후의 고통을 피해 가기도
한다. 누군가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런 익숙함에 안주하거나 나무라기만 하는 부모들의 잘못이나 실수를
꼬집으며 ‘엄마, 아빠는 뭐 잘 한 게 있느냐’고 대드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문제 행동만을 이야기해야지 인격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표현은 삼가야 한다. 또 단지 부모의 취향과 다른
것까지도 나쁜 것, 나쁜 아이로 단정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과 동시에 아이만의 기호나
취향을 존중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충고라 할지라도 그런 지적을 받을만한 상황인지, 충고를 받아들여 개선할 능력이 있는 나이인지
등을 감안해 끝까지 관심있게 지켜보며 지원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걸음마
하나를 익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하고 실수를 반복하던 우리 아들, 딸들을 한없는 인내심으로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아낌없는 지원과 축복을
보내 주었던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오늘의 우리는 바로 그 칭찬과 격려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진심어린 칭찬과 격려, 인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대교 edupia 2005년 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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