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모
정당에서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주고, 산모가 유산이나 사산을 했을 경우에도 최소한 일 주일 이상의 휴가를 보장해 준다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기에 무척 반가왔다. 현재 일부 기업들이 남성들에게도 2~3일간의 출산휴가를 주고 있지만 권고 사항이어서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는
엄마 혼자가 아니고, 또 엄마 혼자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되어버린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남자는 돈만 벌어다 주면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고 남성의 출산휴가도 의무화하겠다니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계획대로 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2006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된다고 하니 더욱 반가워할 일이다.
‘부모’라는
역할의 특징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서 ‘부모’만큼 희생적인 역할이 또 있을까 싶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물질적・정신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희생정신은 부모가 아니면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자녀에 대한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특히 우리
문화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부모도 있어 부모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부모
역할은 미리 연습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인생은 생방송’이라는 노래 제목처럼 부모 역할 역시 NG가 나면 다시 녹화를 하거나 재편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히 자녀의 영유아기 때 부모 역할은 아이들의 전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부모 역할은 힘들다고 도중에 포기할 수 없다. 내 아이는 누구보다 예쁘고 건강하며, 말썽 피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늘 즐겁고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고 고통스러운 때가 많아 포기하고도 싶고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아이가 없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
교육의 필요성
이렇게
중요한 부모 역할에 대한 공부를 우리는 대학 입학 시험이나 운전면허증을 따기위한 만큼의 공부도 하지 않고 부모가 되었는지 모른다.
혹자는 결혼하고 살다 보면 아이가 생기는 것이고, 아이가 생기면 그냥 그렇게 키우면 되지 무슨 부모 교육이냐고 유난을 떤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참고로 삼을 만한 적절한 모델이 드물다. 과거의 부모들이 자신을 양육하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이 핵가족이어서 수시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대상이나 기회마저 거의 없다. 그리고 사회 변화에 따라 한부모 가족, 재혼 가족, 입양 가족 등 가족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부모 역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게 되었다.
국가
예산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경제적인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불행한 가정에서 바르게 성장하지 못한 청소년과 성인을 교화하고 치료하려면
막대한 사회복지 비용이 들어가는데, 부모 교육을 통해 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효과적인 부모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부모 교육은 필수적이다. 신생아기나 영아기 때의 엄마 노릇, 아빠 노릇과
자녀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성인이 되었을 때의 부모 역할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절대적이지만 적절한 지식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다. 일부에서는 부모 자격증이나 부모 면허증을 만들어 무책임한 부모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아동학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부모역할이지만 고통과 희생만 따르는 것은 아니다. 고대하던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희열,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고 부모 속을 썩이는 자식 그 자체가 부모들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자녀들의 성장과 함께 부모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부모됨의 보람이요 기쁨이라 할 것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에듀피아 2005년 1,2월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