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유일하고 완벽한 단 하나의 비법은 없겠지만 자녀들의 선택에 대하여 그 결과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한다.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한여름 날씨에도 긴 팔 셔츠를 입고 갔다가 땀을 뻘뻘 흘려 보고서야 그 충고의 고마움을 알 수 있으며 한겨울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나갔다가 추위에 벌벌 떨고 감기에라도 걸려 고생을 해 본 다음에야 날씨에 맞춰 옷 입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 비에 흠뻑 젖어보아야 일기 예보에 맞춰 미리 우산을 준비하는 준비성도 생기고
지각을 해서 선생님께 혼이 나 보아야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시에 일어나, 적어도 몇 시에는 집에서 나가야 된다는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리 숙제부터 해 놓고 텔레비전이나 게임을 즐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내 소중한 자전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자물쇠를 잘 채워두어야겠다는 태도도 댓가를 치러 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값진 교훈인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더운
날씨에 시원한 옷을, 추운 날씨에 따뜻한 옷을 입혀 보내면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자연스런 결과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옷도 내 마음대로 못 입게 일일이 간섭하고 잔소리한다며 투덜대기만 할
것이다.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가져가라고 한다고, 내가 다 알아서 일어날 텐데 엄마는 잠도 못 자게 한다고, 내 숙제 내가
알아서 어련히 할 텐데 우리 부모는 왜 날 애 취급하는지 답답해 죽겠다고, 요즘 자전거 훔쳐가는 사람이 어딨다고 우리 부모는
이웃도 못 믿고 저러는지 창피하다며 짜증부터 낼 것이다.
부모의 의견을 말하고 무엇을 염려해서 그러는지만 얘기하고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주자. 설사 그 선택이 잘못돼 보여도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 보자. 물론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하여 그 발달 단계에 맞출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겠지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훈계나 평가, 비난, 꾸중, 협박 등, 그 어떤 개입도 자제하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며 아이들의 감정을 읽어 주자. 그리고 그 문제가
누구의 문제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 문제 때문에 영향을 받는 사람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도 정작
아이들이라면 그 문제는 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들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지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부모의 책임은 아니다.
자식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결과에 대하여 걱정이 앞서겠지만 지나친 걱정은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질 않을 뿐이다.
부모들은 그런 댓가를 치루지 않고 시행착오를 하지 않고서도 생활의 지혜나 세상의 이치를 깨닫길 원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자녀들의 의지가 없으면 부모의 잔소리나 간섭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거쳐야 할 하나의 성장
과정임을 수용하고 아이들의 능력을 믿어도 좋다. 부모가 자녀들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고 평생 자식들을 챙겨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 기쁨과 고통까지를 다 맛보게 할 필요가 있다. 위험부담이 없고
치러야하는 댓가가 작은 것만으로는 책임감이라는 덕목을 길러줄 수가 없다. 책임감이란 자신의 선택을 통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만이 습득할 수 있는 복잡하고도 값진 기술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챙겨 주고 대신 결정해주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까지를 도맡아 해 주던 초등학교 때에는 곧잘 하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고 대학교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문제가 많아지는 것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자녀들의 모든 문제를
부모가 책임져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진정 자녀들의 참된 행복을 위해서라면 아이들을 좀 놓아 주자. 그리고 지나치게
아이들에게 쏟았던 그 에너지를 나의 삶과 우리 부부에게 좀 나누어 줄 일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주)대교 edupia사보 2004년 7,8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