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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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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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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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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하여
매주 화요일 아침 가족 문제 상담 방송 프로그램을 맡은지 일년이 되어간다. 가족간의 문제가 어쩌면 그리도 다양한지... 구구절절 기막힌 사연에 같이 울고 안타까워하며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난감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20대 초반에 만난 여자와의 결혼을 어머니의 반대로 이루지 못하고 일에만 파묻혀 어느 정도 재산을 모았지만, 나이 사십이 다 되도록 결혼을 못한 어느 남성의 이야기는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또 암 말기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마음에도 없는 여성과 결혼을 하기로 한 오빠를 보다 못한 여동생이 상담을 청해온 경우도 있었다. 동생의 말대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혼’이라는 결정을 앞두고도 자기 주장을 펴지 못하고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자기 삶을 내맡긴 그 남성은 자기 결정이나 선택 기능이 고장나버린 경우가 아닌가 싶었다.
그 중 부모가 자식을 잘못 키워 끔찍한 불행을 자초하는 사례를 접할 때면 섬짓하기까지 한다. 조건에만 눈이 어두워 사돈을 맺었다가 돈이나 권력같은 ‘조건’이 사라지자 세 자식들의 결혼을 이혼으로 내몬 어느 부모도 있었다. 그저 오냐오냐하며 황제처럼 떠받들고 키워 자기 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경제적인 무능력자나 마마보이가 되는 사례는 잘못된 양육 태도가 어떤 불행을 잉태하는지를 보여주는 경우라 하겠다.
먹지 않겠다는 밥을 부모가 밥공기를 들고 쫓아다니며 떠먹여야 하고, 숙제를 대신 해 주고 시험공부를 함께 앉아 챙겨주어야 마지못해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녀들의 연령에 따라 그런 보살핌이 필요한 단계가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아침에 깨워주고 방도 치워주며 비빔밥에 고추장을, 설렁탕에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를 부모가 거들어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가벼운 감기에도 병원에 데리고 가 의사의 질문에 부모가 대신 대답해 주어야 한다면 자녀의 앞날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자유와 독립심을 선물하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처럼 ‘안돼’, ‘못 써’, ‘혼날 줄 알아’하며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시도나 도전의 싹을 자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켜볼 줄 아는 여유와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언제까지나 부모가 보호자로 남아 챙겨주고, 결정해 주고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도 자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자녀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책임감과 판단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누군가는 부모를 진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부모는 정원사가 아닐까 싶다. 정원사는 나무를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소나무인지 향나무인지를 알아보고 그 나무에 맞게 키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키보다 2백배나 높이 뛸 수 있고 한 시간에 천 번도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의 재미있는 실험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뚜껑이 있는 병 속에 벼룩을 가둬 놓으면 뚜껑 높이만큼만 뛰어오르다 나중에 뚜껑을 없애버려도 그 이상을 뛰어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벼룩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상의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뚜껑’을 얹어 놓으면, 재능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그 한계에 갇혀버리고 만다.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 자기 한계는 자녀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것은 자녀를 위한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자녀를 자기 영향권 안에 가두고 조종하면서 대리만족을 즐기는 것과 같다.
벼룩과는 달리 어미 독수리는 새끼 독수리가 어릴 때는 둥지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 보살펴 주지만, 새끼 독수리가 날 때가 되면 둥지를 점점 불편하게 만들어 밀어낸다는 것이다. 독수리의 둥지가 영원히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집이 영원히 안주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언젠가는 떠나기 위한 건강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녀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주도적으로 사는 방법을 부모가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날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진정한 자유와 독립심이 아닐까.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꿈꾸고 그 꿈을 가꾸어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면, 자식농사에 성공한 부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주)대교 edupia사보 2004년 5,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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