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그에 따라 가정과 가족을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의 의식이나 가치관에도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소가족, 핵가족화에 따라 3세대, 4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찾아보기 어렵고 자식을 예닐곱 명씩이나 낳던
것은 옛말이며 출산율은 1.3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성들에게 이제 취업은 필수가 되고 결혼은 선택이 되었으며 이혼에 대한 의식도 많이
바뀌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도 혼인건수 대비 이혼 건수가 47.4%에 이르고 있다. 재혼 동거, 독신, 효도 등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져 전통적인 가치관에서부터 중도적, 급직적인 가치관까지 뒤섞여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를 분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내 나이가 남편보다 많은 연상연하 커플이나 자발적으로 아이를 안 낳겠다는 부부가 늘고 있고 이혼을
제기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졌으며 초혼인 남자와 재혼녀가 결혼하는 사례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많아졌다. 집에서 살림만 사는 남편들이 강의도
하고 책도 내는가 하면 아직은 소수이긴 하지만 매맞는 남편들이 늘고 있고 외도를 한 아내가 그래도 용서하겠다는 남편을 오히려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남성들은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직장에서도 밀려나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이런 불행들이 남성만의 무능이나 무지 때문만은 아니며 다분히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폐단이나 기업문화, 음주문화, 대화문화 탓도 있고 국가적인 복지 정책의 부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제 우리 아버지와 남편
스스로가 변화관리, 변화경영의 지혜를 가정 안에서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고 시간이 없어도 일과 가정의 균형을 꾀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며 집안일도
나누어 맡고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부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가족단위의 여가문화도 가꾸고 중년이나 은퇴 후의 준비와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가정 안에서의 민주화와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아버지와 남편도 때로는 외롭고, 울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고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할 필요가 있으며 가족부양의 책임도 부부가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 그런 변화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만이, 남자는
강해야 하고 과묵해야 하며 울어서도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으며 가족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집안이 편하고 부부가 화목해야,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가 있고 생산성,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아버지가 변해야 한다. 남편이 이제 변해야 한다. 아버지가 변하고 남편이 변하면 가정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변하는 것이 우리 가족이나 부부에게 가장 바람직한지는 우리의 숙제이다. 모든 가족, 모든
부부에게 꼭 맞는 한두 가지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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