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떠나
보내기
부부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이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한 가정을 이룬 가장이면서도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게 없어 사사건건 모든 것을 부모의 뜻에 의지하는 전형적인 마마보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됐으면서도 음식 만들고 애 키우고 살림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한 몸 치장하고 쇼핑하는 것이 취미인
여성들을 보면 그들의 부모가 저들을 또 어떻게 키웠을까 궁금해진다.
아이의 홀로서기 준비 모든 것을 부모의 양육 태도 탓으로만 돌릴
순 없겠지만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가 하는 것은 자녀들의 인격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뭘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학교
갔다 오면 뭘 하고 그 다음에는 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엄마가 권하는 책을 읽고 엄마가
보내는 학원에 가고 엄마가 좋다는 학습지를 풀고 엄마가 가라는 캠프에 다녀와서 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자녀들의 적성이나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만족을 위해 자녀들을 끊임없이 조종하고 지배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자녀들이 진정한 성인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데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대학생인 딸 아이와 고등학생인 아들 녀석에게 “너희들 공부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 주겠지만 그 이후는 너희들이 알아서 스스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수시로 강조한다. 취직하기 전 이나 결혼 할
때 정말 한 푼도 안 보태줄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큰 지원을 받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데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가끔 아들 녀석이 집값이나 전셋가를 물어보기도 하고 딸 아이는 휴학하는 기간에도 도와줄 건지를 물어보는 걸 보면. 자녀를 삶의
주인공으로 가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식을 잘 키우는 것인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물론 한두 가지 정답만 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제 발로 튼튼하게 설 수 있도록 부모 품에서 잘 떠나 보내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우리 주변에는 신체적으로만 성장했지
심리적, 사회적, 법적, 경제적, 도덕적인 면에서는 어른이라 볼 수 없는 ‘애어른’들이 많다. 자식들의 행복 뿐만 아니라 나의 노후를 위해서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기꺼이 책임지는 자녀들로 키워야 한다. 나이 들어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혜롭게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자식들의 인생을 부모가 언제까지 대신 살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이 스스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툴지만 제 스스로 세수하고 이 닦고 옷 입는 것에서부터 제 스스로 일어나고
숙제하고 방 정리정돈하는 습관들을 몸 에 배게 해야 한다. 장소와 성격에 따라 옷을 맞춰 입는 감각도 스스로 입어 봐야 생기는 것이며 책을 사고
학원을 선택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고 고민해 보아야 판단력이 생기는 법이다.
몇 번 깨워도 안 일어나면 지각을 하더라도 내버려 둘 줄 아는
부모, 스스로 알아 서 할 수 있는 숙제인데도 미리미리 챙기지 않으면 선생님께 혼이 나더라도 대신 챙겨주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다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인 자녀들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식들의 모든 것을 대신 해 주느라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자신의 삶은 돌보지 못한 채 짜증내고
언성 높여 화만 내는 부모의 모습이 아니라 독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며 보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웃을 수 있는 부모가 되자.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 힘으로 독립하는 것이 자식들의 몫이라면 자식들을 품에서 성공적으로 떠나보내는 것은 부모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
강학중
[출처] (주)대교 사외보 프로의 눈 2002.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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