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혼
가족관계 더욱 복잡해져
첫 남편과 헤어진 29세의 여성이 상담실을 찾았다. 자신이 많이 힘들어할 때
자기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 주고 큰 힘이 되어 주었던 남성의 프로포즈를 받고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며칠 전 전화를 통해 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갖고 앞날이 촉망되는 미혼 남성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요즘 이혼이 늘면서 재혼 또한 증가하고 있고 재혼만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결혼정보회사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재혼하는 부부도 있고 재혼녀와 초혼남이 결합하는 경우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늘어났다고
하지만 재혼한 후 전 배우자와의 관계나 새부모 역할, 재혼에 대한 편견 등으로 갈등하고 고민하는 사례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그런
불행을 예방하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서두르거나 비현실적인 기대와 낭만만으로 재혼하지 말고 재혼과 초혼이 어떻게 다른 지를 명확하게 알고
새로운 자녀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재혼은 초혼과는 달리 가족관계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에 그 어려움이 더욱
크다. 그리고 재혼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아직도 심해 아이들의 성씨 문제 등으로 상처받는 가족들이 많으며 전혼과 자꾸 비교하고, 또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까지 더해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그래서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하기까지의 준비기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혼란과
패배감, 상실감, 증오심, 외로움 등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천천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나와 잘 맞춰서 살 수 있는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행복한 재혼 생활이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부부 간의 팀워크를 먼저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그리고 그 든든한
부부관계를 발판으로 성공적인 새 부모 역할을 위하여 새 부모로서의 한계를 인정하고 솔직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어야 한다.
또 나이 들어 홀로된 부모가 있다면 자식들이 마음의 문을 먼저 열고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부모가 원하는 재혼을 진지하게 의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준비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재혼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혼자서 짊어져야 했던 부모 역할을 같이 의논하고 분담할 수 있다는 점, 늘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는 기쁨이 그것이다. 그리고
위축됐던 대인관계와 친족망이 되살아나고 성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소득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부쩍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희열
또한 큰 것이다.
[필 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 처]세계일보
200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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