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처음 알았을때 냉정한 태도를 남편의 외도 때문에 상담실을 찾은 D씨는 그토록 나를 사랑하던 남편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이제는 남편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 없이는 살 수가 없으며 지금도 남편을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D씨의
눈에서는 저러다 사람 몸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런가 하면 남성들의 외도뿐 아니라 요즘은 주부들의 채팅 중독으로 인한 가정 파탄이 늘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풀고 답답하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작한 인터넷 채팅이 불륜이나 가출과 이혼을 낳고
있다.
접근이 용이하고 익명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채팅은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더욱 사이버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이 있어 약물과 심리적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심각한 사례까지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분노로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
못해 파국을 맞기도 한다. 폭력이나 가출, 맞바람, 의처증, 의부증, 그리고 이혼으로 직면하거나 자해나 자살로 이어지는 불행한 사례가
그것이다.
배우자의 외도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냉정하게, 이성을 잃지 말고 사실과 정확한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초기의 분노, 배신감, 질투, 슬픔, 열등의식 같은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런 감정이지만 그런 감정에 휩싸여 성급한 행동을
취하는 것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시간을 갖고 안정을 찾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본인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듣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상담자를 찾는 것이 좋다.
친구나 부모들은 객관적인 입장이 되기 어려우며 자칫하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위의 이목 때문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고 속에만 꾹꾹 눌러두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배우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 자신을 추스리는 것만도 너무 힘에 겨워 배우자의 감정까지 배려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배우자가 파트너와의
관계를 빨리, 명확하게 끊을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배우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진심으로 배우자를 용서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평소의 대화로 서로의 욕구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함께 하는 취미와 여가 생활로 사랑과 믿음을
키워나가는 것이 예방책이라 하겠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세계일보 11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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