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잘 활용하면 갈등해소 역할
서울시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지난 1년, 부부싸움 때문에 119 소방대원이
사고현장으로 출동한 횟수가 1353회나 되었고 IMF 위기 이후인 1998년에는 무려 2475건의 출동에 사망자가 30명, 부상자가 2265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방안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 불을 질러 세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부상당한 사건, 가정법원에 들렀다가 귀가하는 차 안에서 부부가
싸움을 벌이다가 승용차가 한강으로 추락하여 한 명이 사망한 사고들을 보면 싸울수록 정든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같은 얘기는 이제 옛말이 아닌가
한다. 졸도나 혼절, 음독자살 등 앞날의 행복을 의심치 않던 사랑하는 부부 사이의 일이라고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하고 살면서 부부싸움 한 번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은
없다.
돈문제, 자녀문제, 집안 문제 등으로 싸우는 것이 다반사인 우리네 삶이지만
극단적인 경우로까지 확대되어 폭력으로 번지고 살인으로 치닫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욕하고 때리고 부수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맞을 짓을 하니까 때린다 내 마누라 내가 때리는데 누가 간섭이냐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으며 폭력은 남녀를 떠나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을 알아야 한다.
또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부부싸움이 어린 자녀들에게는
엄청난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온다. 저러다 누가 집을 나가버리는 건 아닐까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싸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로 자녀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란 어렵다. 다음으로 인격적 모독을 삼가야 한다. 부부싸움 중 인격적인 모독은 절대로 용서 못할 큰 죄가 되고 두고두고
가슴의 상처가 된다.
지나간 일을 들추지 말자, 집 나가지 말자, 제3자를 끌어들이지 말자 등 부부
나름대로의 기본적인 원칙과 규칙을 정해 놓고
최소한 그것만이라도 지키려고 서로 노력한다면 파괴적인 부부싸움은 막을 수 있다.
안 할 수 있는 부부싸움을 일부러 만들어서 할 필요는 없겠지만 부부싸움을 전혀
안 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부부싸움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잘 활용하면 부부싸움이 오히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갈등과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생산적인 부부싸움으로 생활 속의 오해와 갈등을 그때그때 풀어나가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세계일보
2002.1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