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격증
자녀학대-방임행위는 미래의
불행한 가정 잉태
얼마 전 30대 중반의 남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혼한 전처의 비뚤어진 행실에 불만을 품고 자살소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6층 빌딩 옥상에서 일곱살난 아들과 세살된
딸을 인질로 유리창을 깨며 세 시간을 넘게 난동을 부린 사건이었다. 며칠 전 이 사건을 다룬 TV 생방송의 패널로 앉아 딸 아이를 옥상에서
떨어뜨려 버리겠다고 위협하는 그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다. 문모씨의 아들과 딸은 다행히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신문은 보도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이 아닐 뿐 그 아이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커다란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고 사랑해 주어야 할 아빠로부터. 이혼을 하면서 서로 자식을 안 맡겠다고 아이들을 떠미는 부모, 신체적으로 학대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하는 부모를 생각하면 이 땅에 부모자격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부모되기는 쉬워도 진정한 부모답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모라고 해서 모두 부모가 아니다. 성인이 되기까지 모든 면에서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노릇은 잘 안되면 다시 할 수 있는 연습이나 실험도
아니며 도중에 그만둘 수도 없다.
아이 하나를 키워 보면 둘째, 셋째는 저절로 자라는 것도 아니고
모범으로 삼을 한두 가지 정답 같은 부모모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 부모가 되는 준비나 교육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별다른
준비 없이 부모가 된다. 최저한의 생활도 꾸려가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무능력하거나 미성숙한 부모도 문제지만 부부간의 문제 때문에 자녀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녀들의 인생을 희생양으로 삼는 부부도 큰 문제다. 그것은 또 하나의 불행한 부부, 비정상적인 가정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됨이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됨으로써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기도 하고 진정한 성인으로서의 사회적인 지위도 가지게 되며 사회적, 도덕적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뿌듯함을 맛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장해 나가면서 자녀들이 부모에게 주는 즐거움과 기쁨 또한 커서 자식 키우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 존경받는 부모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는 망각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가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세계일보 2002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