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이혼
상실감-자녀문제-경제력등 이혼후 감당해야 할 문제 산적 이혼이 늘고 있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상담
내용 중 이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 통계청 의 자료를 보아도 혼인건수 대비 이혼건수가 42%를 넘고 있다. 이혼을 먼저 제의하는 여성이
남성보 다 많아지고 신혼이혼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 10년, 20년을 넘긴 중년과 노년기의 황혼이혼까지 증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이혼이
가족의 해체나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혼 한 사람들이 모두 인생의 실패자나 낙오자도 아니다. 다만 첫번째 결혼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혼으로 인한 개인적인 상실감, 좌절감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고통과 그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 와 범죄를 돌아보면 이혼은
천문학적인 국가 비용을 들여도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엄청난 사회 병리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력을
들 수 있다.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의식이 깨이고 취업 기회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참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입장을 배려한 법개정과
성개방, 향락문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더욱 편리해진 생활 환경, 이혼에 대해 보다 관대해진 일반인들의 시선도 원인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들이 이혼 후 감당해야 할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나 준비하고 이혼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냉각 기간이나 조정 기간도 없이 부부가 순 간적인 충동에 의하여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는 우리 나라의 협의이혼 제도는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문제를 피해 해방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잠깐일 뿐, 경제적인 어려움에 자녀교육 문제,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적인 편견 그리고 생각조차 못했던 크고 작은 문제 앞 에서 후회하지 않는 부부들이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 여성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고 자식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혼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무엇보다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 택하고 결혼생활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혼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논란보다 는 이제 어떻게 하면 후회없는 이혼을 할 것이냐를 얘기해야 할 때다.
이혼 후의 삶이 부부 두 사람뿐 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더욱 나은 삶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되 어 있을
때만이 이혼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가정을 가꾸면서 극단 적인 경우까지 가기 전에 평소 대화를 통해 이혼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세상에 덜 불행한 이 혼은 있지만 행복한 이혼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세계일보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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