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농사의 지혜"
가족학을 공부하고, 또 많은 부부들을 만나면서 나에게는 취미 하나가 생겼다.
결혼식에 참석해서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만이 있을 것 같은데도 가정붕괴나
가족해체를 알리는 뉴스가 연일 신문을 장식한다는 점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부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기둥이요 중심인 부부관계에 금이 가고
그 바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을 나무에 비유하면 부모는 토양이요 물이며
햇빛이자 공기이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들이 20년 이상 가장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보는 모델이기에 부부가 서로 미워하고 싸우는 환경 속에서 자녀들이 밝고 바르게
성장하기란 쉽지가 않다. 효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모님꼐 용돈과 비싼 선물을
많이 드리고 효도여행을 보내드려도 매일 지지고 볶고 사네 못사네‘하며 부부가 화목
하지 못하면 그것은 오히려 더 큰 불효가 된다. 이렇듯 자식농사와 효도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부부농사’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부부관계는 원만하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부부 중심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성 위주의 문화, 지나치게
자식 중심의 생활로 정작 부부를 위해 정성들여 물과 거름을 주며 가꾸는 노력은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이 그렇지 못한 부부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길고 질병에 걸리는 확률도 낮으며 자녀들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의 적응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이게 진정한 효도와 성공적인 자식농사, 그리고 건강
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도 ‘부부농사’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제까지 지어온 두 사
람의 ‘부부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아니면 평년작인지 되돌아보고 미래의 부부관계를
위해서도 열심히 투자해야 할 때다.
자식들이 결혼하고 부모 품을 떠나면 남는 것은 부부뿐,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본인
만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서도 최고의 선물이요 가장 훌륭한 노후대책이다 그런데 부부관
계는 끊임없이 변하는 특성이 있어서 지금은 앞이 안 보이고 절망과 증오, 상처뿐인 부부
같이 보일지라도 두 사람이 힘을 모아 지혜롭게 열심히 노력하면 신혼 때처럼 다시 행복
한 부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부부농사’는 벼락치기로는 어렵기 때문에 무한한 인내심
과 꾸준한 노력만이 비결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2002년 9월 16일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