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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 부부 농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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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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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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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 부부 농사
MBC TV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면서 많은
가족들을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모든 가족이 다 기억에 남지만 특별히 더욱 잊을 수 없는 가족이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의 힘 병석에 누워 화장실 출입조차 어려운 아빠와 식당에서 밤 늦게까지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12살 소년, 연탄가스 중독이 두려워 한겨울에도 문을 열고 자야 하는 세 자매네 집, 두개의 방을 각기 데려온 자식 여섯에게
내주고 씽크대 옆에서 새우잠을 자면서도 행복해 하는 경기도 이천의 재혼가족…. 한결같이 지독하게 가난하지만 시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사는 그 가족들 뒤엔 남다른 부부사랑이 있었다. 오랜 병치레와 경제적인 무능력으로 가장 구실을 못 하거나 얼굴이 얽고, 골반을 다쳐
남편이 아내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처지였지만, 오히려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챙기는 모습에서 ‘아, 나이 사십이 넘어도 사랑은 저렇게 다시 꽃필
수가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이들은 화장실도 없는 곰팡이 투성이의 집에서 학비나 용돈을 제대로 받아 보지도 못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부모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부모님을 걱정하고 존경하는 반듯한 우등생들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를 원망하거나 창피해 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사랑하며 봉사하는 부모의 삶 앞에서 감히 투정을 부릴 수가 없었다는, 그러면서 부모님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얘기를 들었다.
매일매일 용돈 때문에 전쟁이라는 가정, 과외비 대느라 등이 휜다는 하소연 따위와는 전혀 무관한 그
가정들의 비결은 바로 ‘부부농사’였다. 현명한 부모, 건강한 아이들 자식이라는 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토양이자 물이며 햇빛이자 바람인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함을 왜 우리는 가끔씩 잊고 사는 것일까?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부모를 통해
자녀들은 사랑과 희생, 책임과 인내, 양보와 용서를 배우며 인생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도 배우게 된다. 부모를 통해서 아버지 노릇, 어머니
노릇, 아내의 역할과 남편의 역할도 공부하게 되고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푸는지 그 해결 방법도 배운다. 부모를 보면서
감정을 조절하거나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고 식성이나 생활습관, 돈 씀씀이 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방법, 사람을 대하는 태도,
말씨, 사소한 버릇까지도 닮아 간다.
그러나 모든 자녀들이 가정 안에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만 학습하는 것은 아니다. 미성숙한
부모나 부부갈등이 장기화되고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는 사랑과 믿음, 칭찬과
격려, 정직과 용서 대신 불평과 비난, 증오와 멸시, 질투와 복수, 거짓만이 세습되는 것이다. 지혜의 씨를 뿌리고, 정성으로 거두자 성공적인
자식농사를 위해 부부농사는 어떻게 지어야 할까?
먼저 지나치게 자식을 우상처럼 떠받들지 말고 부부만의 시간을 따로 만들어 데이트도
즐기고 대화도 나누면서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운동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무척이나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라 해도 살다 보면 그 사랑은
식게 마련이다. 사랑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남자와 여자의 할 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말고 집안 일, 아이 키우는 일, 경제적인 책임 역시 서로가 나누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사분담 뿐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성숙한
의사소통, 현명한 소비생활, 그리고 건전한 여가활동과 성생활까지 모두가 자녀들에겐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화목한 부부관계가 반드시 성공적인
자식농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서 크게 비뚤어진 자녀들은 없을 것이기에 부부농사의 지혜는 더욱더
중요하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주)대교 사보[프로의 눈]2002년
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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