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준비, 결혼생활 준비
가정경영연구소를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취미 아닌 취미가 하나 생겼다.
‘결혼식 참석해서 진심으로축하해 주기’가 그것이다. 사실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축의금만 들려보내거나 잠시 인사만 나누고 서둘러
결혼식장을 빠져나온 경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10~20분 전 여유있게 도착해서 인사 나누고 결혼식 풍경도 돌아보고 주례사를
가슴에 새기면서 나의 결혼생활을 반성하기도 한다.
임신해서 건강한 아이를 낳고 30년 가까이 큰 탈없이 잘 길러서 제 짝 찾아 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며 소중한 일인지를 모르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자리에 남아 진심으로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것이다.
결혼식 때 만나는 신랑 신부들은 또 얼마나 예쁘고 빛이 나는지, 그 싱싱한 젊음 과 사랑이 나에게로 옮겨와 나까지 행복해지는 것
같아 결혼식엔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곤 한다. 하지만 모든 결혼식이 웃음과 축복 속에서 치뤄지는 것은 아니며 많은 결혼 생활이 갈등과 싸움으로
얼룩지거나 깨지기도 한다.
축의금 때문에 고민하거나 함값과 혼수로 다투기도 하며 심지어는 신혼여행 중 다투다가 바로 이 혼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젊은 부부도 많아 새로운 결혼문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도 한다.
이제껏 고생하며
길러주신 것만 해도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인데 무슨 호화 결혼식, 허리가 휘는 혼수냐며 자신이 저축한 돈을 결혼 비용에 보태고 부모님의
지원을 사양하는 젊은이가 있었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비교해서 처음부터 아파트를 사 주시는 것은 과분하니 전셋방이면 족하다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자식, 결혼식, 혼수, 신혼여행 모든 비용을 최소화 하고 그 돈을 보금자리 마련에 쓰는 부부, 신혼 살림이 모두 다 새 것일 필요가
어디 있느냐며 쓰던 가구, 쓰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등등, 듣기만 해도 흐뭇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일체의 축의금을 다
사양하고 진심어린 축하만 감사하게 받는 결혼식, 직계가족만으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결혼 직후 사실을 알려 부담을 주지
않는 결혼도 권하고 싶은 사례다.
그리고 요즘은 남성 위주의 결혼식이 아니라 ‘평등’을 도모하는 결혼식으로 여성이 주례나 사회를
보고 폐백도 양가 부모님께 다 올리는 결혼도 있어 다양한 가치관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식’ 준비만이 아니라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공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겠다.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배우자 선택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부모 역할과 남편,
아내 노릇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회의 변화와 함께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올바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결혼은 누구나 다 해야 하는 것이고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하며 이혼이나 동거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예전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요즈음 마땅한 상대가 없으면 혼자 살수도 있고 부부가 의견이 일치하면 아이를 안 낳을 수도 있고 결혼의 또
다른 대안으로 독신이나 동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에 적령기란 없으며 여성이 남자보다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높아도 문제될 것이 없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초혼남이 재혼녀와 결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중매결혼보다 연애결혼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공개적으로 구혼하거나 가문이나 자식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이혼을 선택하고 당당하게 재혼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사람의 지문이 틀리듯이 결혼생활도 너무나 다양해서 한두 가지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지나치게 낭만적인 사랑의 환상에 빠져 외모만 보고 성급하게
결혼을 결정하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또는 신분 상승을 위해 택한 결혼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이혼을
꿈꾸며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는 없을진대 상대방을 알 수 있는 충분한 교제 기간을 갖고 배우자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배우자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도 아니고 반품이나 교환이 가능한 물건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결혼식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법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사람만이 진정한 성인이며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구걸하는 태도는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이다.
자식들의 독립 못지않게 부모 역시 자식을 떠나보내고 홀로 서는 진정한 독립이 필요하다. 금전과 권력으로
여전히 자식의 삶에 간섭하고 자식을 조종하는 태도는 자식 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물 주고 거름 주고 정성들여 가꾸는 두 사람의 노력을 강조 하고 싶다.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쳤다고 해서 결혼의 끝이 아니다. 위기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내 방식 너의 방식을 버리고 ‘우리의 방식’을 창조해가는 적응 과정을 통해 부부는 나날이 성장해가는 것이다.
봄이다. 인생의 봄이랄 수도 있는 신혼을 맞는 우리 젊은이들이 보다 성숙하고 바람직한 결혼문화의 창조자가 되어 21세기
결혼문화의 새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국민연금관리공단 사외보 국민연금 2002. 5/6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