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연구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생각하고 연구 하는 곳입니다. 생각하고 연구한 것들 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죠.
가정 중에서도 특히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연구소 이름에 ‘가정’을 붙여 놓았지만 의식주나 재테크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사람
문제를 다룹니다. 사실 가족 이라는 개념도 너무 넓은데 부부 문제에 초점을 맞추죠. 상담과 교육이 주된 일입니다. 교육은 주로 주부나 남성들을
위한 특강을 합니다. 상담은 직접 만나기도 하지만 인터넷(home21.co.kr)에서 많이 이뤄집니다.
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성장환경에서 아버님이 많이 강조하셨죠. 제가 대표이사로 있던 대교의 사시도 ‘건강한 가정’
이었습니다. 대표이사로 있다보니 업무량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가정과 일에서 균형을 맞출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대교를 그만 두면서 나이가 60~70이 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회사는 일단 그만 두거나 밀려나면
그만이잖아요. 또 가정하고 병행할 수 있고 30년 후나 50년 후에도 금방 쉽게 바뀌지 않는 일이 뭘까 고민했죠. 글 쓰고 강의하는 걸 좋아하는
내 적성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지금하고 있는 일로 결정했죠. 아직까지는 이 일을 선택한 게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97년
대표이사직 그만 두고 연구소 시작할 당시 어땠는지 그만 둘 당시 이 일이 시작하겠다고 결정하고 그만 둔 건 아니었습니다. 97년 12월 31일
그만 두고 나니까 IMF가 터지더라구요. 그래서 사람들은 IMF 때문에 짤린 걸로 생각하더군요.
그만 둘 시간이 다가오니까 조금씩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하지만 뒷일을 생각하고 그만 두기는 싫었습니다.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그만두고 2년 안으로는 내가 뭘 할
것인지 결정할 자신이 있었죠. 그러나 가정하고 관련있는 일을 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양적으로 크게 벌리는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있었죠.
99년 7월 서울 종로 인사동에 있는 건물에 들어와 작년 1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하나하나 제 손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을지로에서 가구 사고 형광등도 바꿔 달았습니다. 근처 낙원상가에 가서 쓰레기통이랑 컵도 샀죠.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지금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어서 걱정은 없는지
물론 지금은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3년 동안 단 한푼의 수입도 없을 거라고 이미 예상했죠. 3년 동안은 내 사비로 버틴다는 생각, 그게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제가
생각했던 일정표 대로 크게 무리없이 가고 있습니다. 만 3년이 지나면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할지 결정할 겁니다. 지금은 무엇을 할지 더듬는,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입니다. 대충 조감도까지는 그려놨습니다, 앞으로 세부 설계도도 완성해야죠.
가정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척 어려운 문제지만 꼭집어 말한다면 “한 남자 한여자 사는 게 다 그렇지 별게
있냐”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가정에서도 기업처럼 합리적으로 계획 세우고 미리 공부도 해야한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두
사람이 만드느냐죠.
결혼만 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이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난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가정은 계속 만들어가는 겁니다. 물 주고 거름주고 잡초 뽑아주고 정성들여 가꿔야죠. 가정에 대한 인식의
변 화, 정성들여 가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부부가 꼭 지켜야 할게 있다면 서로 지켜야할 게 무척 많지만 먼저 부부
사이에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에 금이 가버리면 회복 하기 힘들죠. 서로 삐끗해서 신회가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듭니다.
사랑은 모질고 강하고 질기면서도 한편으론 엄청 여려서 평생동안 상처가 치료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죠. 신뢰가 무너지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이겨낼 수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외식 한번 하고 결혼기념 일날 선물 하나 사준 걸로 상처난 마음이 치유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죠. 우리 연구소로 치료는 힘듭니다. 치료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구요.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미리미리 공부하고 대비하고 예습해야 합니다. 근데 실제로 예방들을 잘 안하죠.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는.
남편들이
아내에게 상처받는 경우는 어떤 게 있는지
남편도 주부들 못지 않게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특히 자기의 존재가치에
대해 신뢰하고 인정하지 않을 때 가정 서운해 합니다. 사소한 겁니다. 모처럼 시간 내서 근사한 식당에 갔는데 아내가 “이집이 이게 뭐냐”
“메뉴가 맘에 안 든다”고 핀잔을 주면 레스토랑 하나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남자라고 비난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운전할 때 “당신 좀
천천히 가” “이쪽이 아니고 저쪽이야”라고 잔소리하는 것, 집안일 도와줄 때 서투르다고 나무라는 것 역시 상처 받습니다. 남편에게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해야한다면 좋은 얘기를 다섯 배 더 해주세요. “당신은 이런 저런 게 너무 좋은데 요것만 고치면 더 좋겠다”는 식으로요.
그러면 같은 잔소리라도 훨씬 부드럽고 듣기 좋게 들릴 겁니다.
상담이나 교육에서 만나는 이들은 주로 어떤 고민을
말하나
시간 내서 강의 듣거나 직접 찾아오는 이들은 오히려 괜찮은 분들입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정작 와야 할
사람이 안 오는 편이죠. 공통된 의견은 효과적인 방법을 모른다는 겁니다. 특히 부부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몰라서 배우러 오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조 때문에 많이들 싸우잖아요. 말하는 요령을 배웁니다. 상담쪽은 문제가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너무 쌓여서
터져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죠. 가끔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공통된 문제가 서로 한다는 것이죠.
부부가
와서도 한쪽에서 “도대체 당신 그것만 고치면 우리집은 아무 문제가 없어”라고 말하면 듣는 쪽에서는 거꾸로 “당신 그것 때문에 문제지 무슨
소리하느냐. 당신이 그러니까 내가 그런다”고 합니다.
자기가 잘못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안하죠. 자기가 문제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상대방을 바꿔놓겠다는 생각밖에.
상담으로 부부관계를 회복한 사례가
있는지
6개월 전쯤으로 한 부부를 알게됐습니다. 남편이 음악하는 사람인데 여느 한국남자들처럼 애정표현도
잘 안하고 말도 별로 없는 편입니다. 게다가 자기세계에만빠져 가족부양에 대한 문제도 무성의하고, 물론 가족부양 책임이 100% 남편에게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죠. 여자가 오히려 더 많이 법니다. 그런데 여자가 더 버는 것에 대해선 감사할 줄도, 미안해할 줄도 모르는
데다가 음악하면서 업소에 나가 밤에 들어오고 아침에 잡니다. 당연히 아이들 키우는 것도 관심없어 했구요. 여자가 도대체 무슨 사는 재미가
있겠습니까. 남자가 자기에게 잘못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부턴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자기 얘기 를 들어주니까 아내 얼굴이
무척 밝아졌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들어주니까요. 그리고 가끔 둘 만의 시간도 갖고, 아내가 달라지니까 남편도 깨닫게 됐답니다. 자기는
너무너무 몰랐다고 하면서 다 그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대요. 여자가 깐깐하게 잔소리하고 칭얼댄다고만 생각했던 거죠. 아내가 즐거우니까
자기도 너무너무 좋다고 합니다. 이 부부가 변한 건 남편 덕분입니다. 남편이 바뀌니까 아내가 남편에게 잘해주고 아이들도 잘 챙기게 되죠.
사실 우리나라 남편이 조금만 변하면 가정에 혁명이 일어날 겁니다.
강 소장님 가정은 스스로 평가하기에 어떤지
비슷합니다. 여느 가정과 특별히 다르지 않죠. 사람들은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이니까 부인은 되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건 별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가정보다는 나을 거라고. 바깥에서 좋은 남편이 되자고 떠들고
다니다가 집에 들어가면 조금 양심에 찔립니다. 그래서 조금 더 잘 하려고 노력하죠. 가끔 다투거나 불화가 있더라도 그 원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 밑그림을 압니다. 이렇게 접근 하면 좀 낫겠지 하는 방법을 아는 것, 그게 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