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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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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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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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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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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농사’ MBC TV ‘일요일 밤의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느라 시간은 많이 뺏겼지만 나에겐 다시없는 소중한 기회였다.
사치스럽다거나 보여주기 위한 쇼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까지 준 인기 프로였다.
집을 조금 바꿔준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이나 생활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효과는 있었다. 다양한 가정들을 방문해서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보고 얘기를 나누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시부모님에 시할머님, 결혼 안 한 시누이와 시동생 그리고 아이들 둘까지 데리고 맞벌이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9식구
대가족, 사업 부도 후 술로 지새던 남편이 갑자기 죽고 난 뒤, 정든 고향을 일부러 떠나 불편한 다리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가족, 5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집을 나간 후, 고2, 중3, 초등학교 5학년된 3남매가 힘든 세상을 헤쳐나가고 있는 소년소녀가장 가족,
아이가 넷이나 딸린 이혼 여성을 아내로 맞아 골반을 다친 아내의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6남매와 함께 신혼의 단꿈을 가꾸고 있는 재혼가족,
교통사고로 팔 하나를 잃은 딸과 늘 병치레만 하는 아내와 함께 딸 하나를 공개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입양가족, 아내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남편 역시 사고로 한 쪽 손을 잃었지만 상대방의 팔다리가 되어주자고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 아무 것도 없는 살림에
자신의 아이들도 셋씩이나 되지만 치매 노인과 맹인, 뇌성마비 노인을 여섯 명씩이나 보살피고 있는 공동체가족...... 다 열거할 수도 없는 그
분들 앞에서 나는 너무나 부끄러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진정한 용기나 사랑, 봉사를 입으로만 떠들었지만 그 분들은 몸으로 그
덕목을 실천하고 있었다. 행복은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았다. 부족한 것, 없는 것을 불평하지 않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그 분들을 보며 나는
넘치도록 많은 것을 누리고 산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나 효도가 켸켸묵은 유물이 아니라,
핵가족이 못 누리는 큰 즐거움과 행복이 그 속에 있음을 알았고 살면서 큰 사고나 질병만 없어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내 아내와 내 아이들을 챙기기에도 턱없는 수입으로 남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그런 부모 밑에서
투정이나 불평 한마디 없이, 오히려 부모를 존경하는 자식들은 또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그 가족들을 만나보고 내 수수께끼는 금세 풀렸다.
봉사하는 부모 밑에서 ‘봉사’라는 싹이 돋고 그런 토양 속에서 늘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사는 반듯한 자식이 나옴을 보았던 것이다.
보고 싶은 가족을 만나기 위한 길고 긴 귀성 행렬이 고속도로를 꽉 매울 추석을 앞두고 ‘가족’이도 대체 무언가를 생각해본다. 그
곳에 고향이 있기에 이천만 대이동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가족없는 고향이라도 그 고생을 사서들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음식 준비와 설겆이, 그리고 술과 노름, 싸움으로 모처럼의 명절이 엉망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
끈끈한 가족애를 다지고 모두가 즐거운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의 ‘가족농사’에 물 주고 거름 주고 정성들여 가꾸는
땀방울이 있어야 한다. 내 자가용을 몰고 성묘를 갈만큼 세상이 변했듯이 ‘가족농사’에도 새로운 변화경영의 지혜가 필요하다. 남자는 편하게 놀고
여자들만 부엌에서 일하는 풍습은 이제 같이 돕고 함께 쉬는 풍토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명절에 가족들이 다 모이다 보면 사는 형편이 비교되곤
하지만 가진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만 가진다면 그것이야말로 평생가는 재산임에 들림없다.
돈과 넓은 집, 좋은 차만 재산이
아니다. 가족의 건강과 원만한 성격, 음식 솜씨와 절약 정신, 인내력과 유머 감각, 친인척과의 화목한 유대와 남다른 가족애, 이 모든 것이
훌륭한 재산이다. 소가족, 핵가족화 되면서 친척과의 왕래도 뜸해지고 부모님과도 소원해지면서 점점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요즈음, 건강한 부모
자식 관계와 친척간의 유대, 형제 자매간의 우애는 가장 훌륭한 보험이기도하다. 불행은 늘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 우리 가정은 정말
안녕한지, 그리고 우리 가정에 진정한 사랑과 믿음, 격려와 칭찬, 이해와 배려는 얼마나 차고 넘치는지 늘 점검하고 또 점검할 일이다. 항상
즐거운 고향가는 일을 위해서도.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국정홍보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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