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것은 낭만, 혼자서 즐기는 것은 한량이지요"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장)
매주 일요일마다 나와서 가족간의 사랑을 찾아주는 남자, 강학중(45세) 소장을 만나러 가던 날은 32 년 만의 폭설이 쏟아졌다. 뒤엉킹
도로, 미끄러운 빙판, 도로는 엉망이었지만 그의 10층 사무실에 오르자 사정은 바뀌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바로 낭만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낭만이란 한마디로 여유예요. 조급하고 바쁜 것은 낭만이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 까 눈이 많이 내리길래
인사동에 가서 전통차 한 잔 마셨더니 정말 좋다군요. 눈이 너무 와서 불편하 긴 하지만 조금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는 한젬마씨의 권유로 낭만판 클럽의 회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반가운 마음 한편엔 그런 모임을 만 들어야 할 만큼 세상이 각박해졌나 싶어
조금 씁쓸했다고 한다. "가정에서의 낭만이야말로 진정한 낭만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권위적인 아빠, 희생만 하는 엄마, 제멋대로인
아이들이라면 그 속에 무슨 낭만이 있겠어요? 가족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만 가능하 죠. 특히 이부분은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물론 이 경쟁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무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저버리자는 얘기를 아닙니다. 하지만 일에 너무 치우쳐 있기보다 일과 가정의 비율
을 조화롭게 이루어야 하지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 더 우선시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되살리고자 하는 낭만이 한량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자기 혼자만 즐기려는 사람은 진정한 낭만파라고 할 수 없다. 가족과 함께 만드는
낭만이야 말로 최대의 낭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남편의 역할이 중요한데, 남성이라 는 고정관념의 성역할에서 떠나 조금 더 여성성을 플러스하는 게 좋아요. 가족을 챙기고 부드러워진
남편, 가정의 화목함을 줄 수 밖에 없지요." 그렇다고 낭만의 방법이 굳이 먼 데서 찾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와인,
촛불, 화려한 의상,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낭만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녁 식사 후 트 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이면 어때요. 아내와 동네
한 바퀴 획 돌다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 걸친다면 그보다 더한 낭만이 어디 있겠어요. 더운 여름날 동네 슈퍼 비치 파라솔 밑에서 마시는
캔맥 주도 그런 멋을 주지요."
낭만이란 마치 젊은이들만의 전유물 같지만 나이가 들면 또 그들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다. 이렇게 눈 내리는 날 차 막힌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배우자에게 전화 한 통 걸어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걱, 그런게 바로 낭만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저는 남자들끼리의 모임보다
부부 모임을 많이 권장하고 저 또한 그런 편입니다. 아내가 함께하면 모임 성격이 훨씬 건전해지거든요. 늘 식사와 술, 뻔한 식순이다가 한 번은
좀 다른 성격의 모임을 제안 했어요. 부부 몇 쌍이 모여 화랑에서 그림 감상하고 다도를 배워본 적이 있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군요.
그래서 다음엔 한 20여쌍이 한꺼번에 난타공연을 본 다음 근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았지요. 오랜만에 남편, 아내 손을 잡고 낙엽을 밟아보는
정취, 정말 낭만적이었습니다."
부부는 가정의 핵이고 출발점이기 때문에 부부가 낭만을 즐길 줄 알고 멋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 가정은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게 강소장의
주장. 이렇게 화목한 가정에서라면 자식 농사의 반은 저절로 되는 셈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할 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즐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이나 등산 무엇이건 간에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게 좋겠지만 각 가정 나름대로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게 좋다. "저희 가족 모두 보름 동안 국토횡단을 했던 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이었으니까요. 온 가족이 함께한 값진 시간들이었기에 돌이켜보면 흐뭇하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습니다. 당연히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낭만이죠."
이처럼 가족만의 문화나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 좋다. 매년 새해 첫날 온 가족이 일출을 보러 간다거 나,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가족사진을
찍어본다던가 하는 일... "부모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아이들이 찾을 때, 꼭 함께 있어주라는 것입니다. 이때를 놓치면 결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엄마 아빠가 같이 있고 싶어해도 소용없지요. 아무리 바쁘더라도 부모로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이에요." 학교에 찾아가는 일은 꼭 엄마만 해야 될 일 같지만 학기가 시작하거나 끝마칠 때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엄마 아빠가 함께 찾아가
보는 것, 입학식·졸업식에 참석하는 일 모두 부모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아빠들은 늘 집안에서만 보는 아이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또래와 섞여 있는 자식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감회와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낭만의 정신은 서로의 정신을 이해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낭만이 있는 가정이란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의 조건과
모든 면에서 닮아있지요." 그런 면에서 가족간에는 사랑과 격려, 칭찬, 믿음과 신뢰 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낭만의 다른
이름, 같은 모습이니까요."
- 우먼센스 2001년 3월호
[출처] 우먼센스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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