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무궁화클럽 창립기념식.
현수막을 가운데로 만국기가 펄럭이고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22년. 오늘의 우리 어머님을 있게 해준 고마운 배드민턴
클럽이다.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어머님이 늘 편찮으셔서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불행한 상상으로 어린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그런데 아버님 병 수발 혼자 다 하시고 아버님 돌아가신 후 그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오시며 이제 여든을 바라보시는 어머님이 아직도
정정하시니 자식들로서는 다시 없는 복이다. 어머님의 건강은 아침 운동과 산에서 만난 친구분들이 주신 선물이다. 부모님의 건강이 부모님께도
축복이지만 자식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선물임에 틀림없다면 부모님께 친구를 찾아드리고 취미를 만들어드릴 것을 권하고 싶다.
집안의 누군가가, 특히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생활의 리듬이 깨진다. 그 병환이 중하고 오래갈수록 가족관계에도 금이 가고 불화가
생기고 갈들의 골이 깊어진다. 병원비, 약값으로 생활비에 쪼들리고 병실을 지키고 병문안도 하려면 직장 생활에도 지장이 가고, 서운한 것들이
조금씩 쌓이고 의견차가 커지다 보면 곧잘 부부싸움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들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 혼자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부모님 자신이 건강 하고 매일매일의 생활로 바쁘고 즐겁다 보면
자식들에게 간섭도 덜하게 되고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나이 드신 분들이 갖는 공통적인 특징을 우리가 조금만 더 이해하면
많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자주 전화드리고 집안의 대소사를 늘 여쭙고 상의하고 손자, 손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챙겨드리거나,
때되면 잊지 말고 조그마한 성의라도 표시하고, 살갑게 다가가 손도 잡고 안마도 해 드리면서 "어머님, 아버님" 불러드리면 새로운 정이 새록새록
돋아날 것이다.
- 여성조선 2000년 8월호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여성조선
2000년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