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부모라면 자녀에게 일을 가르치라"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장)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끔찍한 사건들이 신문을 장식했다. 가족학을 가르치는
J 교수는 학생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이땅에 가정 교육이 있기나 한 건지 싶어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두 가지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상전 모시듯 우상처럼 떠받들고 키운 건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공부만 하면 자식으로서의 모든 의무가 면제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용돈 주고 아이 봐 주고 바리바리 싸주는 것을 부모의 당연한 의무라고 착각하는 자식들로 키운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겠다. 공부는 학생으로서 해야 할 책임 중의 하나일 뿐, 부모에게도 의무와 책임이 있듯이 자녀들에게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요구되는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가족조차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반복적인 무보수 집안일로 내 자신을 소모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더 즐겁게 일하고 좀더 지혜롭게 가족의 협조를 끌어내고 더욱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일을 가르치자. 집안 일
돕기는 이제 더 이상 도기가 아니라 가족의 당연한 의무임을 조근조근 설명해 주자.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가족간의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돈벌이의 어려움은 자녀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배워야 할 필수 과목이다. 연령에 맞게,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이불 개기, 자기 방 청소, 운동화 빨기, 화분에 물 주기를 시킨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설거지를 하게 하거나 구두 닦기,
세차 같은 일을 시키면서 용돈을 주는 것도 좋다. 스스로 해보겠다는 시도를 막지 말고 반복해서 가르치고 실습시키면 안전사고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딸, 아들 구별하지 말고 라면 끓이기, 과일 깎기, 옷 다리기 등의 경험을 주어 바람직한 성 역할을 올바르게 가르치기를 권하고
싶다.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부모라면 자식들에게 일을 가르칠 일이다.
- 여성조선 2000년 7월호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여성조선 2000년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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