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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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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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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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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남편" (강학중 - 가정경영연구소장)
M방송국의 주말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가정을 방문하고 부부를 상담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바가 적지 않다. 준비없이 결혼해서 남편이나 아빠의 책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아내에 대한 배려가 없이 무심한 점들이 나하고 어쩌면 그렇게 닮았는지 신기할 때가 있다.
내 나이 스물다섯, 아내를 좋아해서
결혼은 했지만 결혼의 참뜻이나 남편의 역할, 부모됨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는 않았다. 더욱이 내 일에 바빠 아내의 기대나 욕구에
대해서 배려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저 좋아서 만나, 살다 보면 아이가 생기고 또 그렇게 정으로 사는 것이 인생 아니냐는 식이었고 남자는 돈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살림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내와의 약속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계속되는 약속과 술자리로 귀가 시간은 늦기 일쑤였다. 자상하기만 할 것 같았던 남편은 아내를 챙길 줄 몰랐고 시집식구들
앞에서 아내 입장을 대변해 줄줄도 몰랐다.
일요일이면 피곤하다고 잠만 자고, 아이들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아내를 혼자 두고
옆방에서 자는 날도 많았다. 남들 앞에서의 애정 표현은 민망하고 쑥스러운 것이었고 둘이 있을 때의 애정 표현도 마음만을 강조했다.
이제 가정과 가족, 부부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지난 날과 비교해 보면 참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내가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집안일은 아직까지도 아내 몫이고 외출이나 여행에서 돌아와 똑같이 피곤한데도 청소하는 아내 앞에서 T.V.만 보는
이기적인 남편이다. 결혼 생활 19년을 넘기며 이제 조금씩 철이 드는 것인지, 부끄럽지 않은 가정경영 연구소장이 되기 위한 방편인지,
변화하는 나에 대해서 지금은 아내도 인정을 한다. 먼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긴급한지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다.
그리고 T.V.나 신문을 보다가도 아내가 얘기를 걸어오면 잠시 신문을 접고 아내 얼굴을 쳐다보며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둘만의 시간을 위하여 영화감상이나 맥주 한 잔을 내세워 데이트를 신청하기도 하고 아내가 부탁하는 일은 즉시 행동으로 옮기려고 애쓰고
있다. 지난 달부터 내 일을 무보수로 도와주겠다며 나선 아내 덕분에 나는 둘도 없는 기사와 비서, 코디네이터에 분장사까지, 1인 4역을
해내는 일꾼 하나를 얻었다. 사진과 비디오 촬영까지 해 주니 카메라우먼까지 둔 셈이다. 물론 아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고 도와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진정 아내를 위해 날개 하나를 달아주고 싶다. 아내의 성장을 도와주는 남자, 존경받는 남편, 그것이 나의 새해
목표이자 꿈이다.
- 월간에세이 2001. 2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월간에세이 200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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