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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결혼, 공부하는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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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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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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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결혼, 공부하는 부부"
가게로 들어서는 A양(19)을 보고 B군(22)은 눈이 번쩍
뜨였다. 형님이 하는 피자 가게에서 배달일을 도와주던 B군은 A양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만난지 한 달만에 A양은 아이를 갖게 되고 사랑한다는
감정, 결혼하고 싶다는 절실한 느낌도 없이, 결혼식도 못 올리고 시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방 2개짜리 13평 좁은 빌라에 시부모님, 장가 안
간 시숙 그리고 둘째 아이까지, 짜증스럽고 답답한 신혼생활이었다.
꿈많은 처녀 시절, 그리도 그리던 달콤한 결혼과는 달리 현실은
낭만적이질 못했다. 이게 결혼인가, 이러려고 내가 시집왔던가 싶어 하염없이 눈물만 났다. 아이들 때문에 꼼짝없이 몸이 매여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쌓이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달래려다 자꾸 먹는 버릇이 생겨 몸무게는 결혼 전보다 20kg이나 늘었다. 친구를 만나도 몰라보게 달라진 외모에다 공통
화제도 없었고 돈도 없어, 젊음을 신나게 즐기고 있는 듯한 친구들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게다가 시집 식구들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아내 입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는 남편은 특별한 직업도 없이 형님 일 도와주고 생활비를 조금 받아오는 것 뿐,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준비가 없었다. 유교적인 집안의 남녀 역할은 너무나 엄격해서 신세대 며느리가 눈에 차지 않았고 늦잠이 많아 시어머님이 아침을 준비하고 며느리를
깨워야 일어날 정도니 남편과 시숙의 불만이 컸다.
그러나 아내는 아내대로 하루하루가 지겨웠다. 일 마치고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뭐라고 하면 남편은 짜증을 냈고 외출하는 남편에게 어디 가냐고, 누굴 만나냐고 꼬치꼬치 물으면 의부증 아니냐고 따졌다. 좁디좁은 집에서
시부모님과 시숙과 함께 살면서 아내가 겪는 불편과 고통을 어린 남편은 몰랐고 아내를 위로해 줄줄도 몰랐다.
나는 이 부부를
면담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결혼의 미성숙한 부부와 무면허의 부모를 만나고 있는 듯 했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 더 성숙해지는 건 아니지만 이 부부는
너무 어렸을 때 결혼하여 남편과 아내로서의 책임,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준비된 바가 없었다. 좋으니까 만나고 만나면 함께 있고 싶고 그리고
아이가 생겼으니까 결혼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 뿐, 결혼의 의미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었다.
시숙도 있는 비좁은 시부모님 집에서 고생하는 것 같아 며느리는 마음이 편칠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할 형편도 안되니 시부모님께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아내는 낭만적인 신혼생활과는 너무나 딴판이라 눈물만 흘렸을 뿐, 그런 어려움과 고통을 내가 어떻게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나 노력이 부족했다.
젊은 남녀가 잠자리를 같이 하면 임신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준비나 각오도 없이 둘째까지 낳아 놓고 쩔쩔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공부하면 국·영·수나 대학입시를 떠올리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그런 공부보다 더욱 중요한 공부가 있다.
배우자 선택, 결혼의 의미, 결혼 적응, 갈등 해결 방법, 아내와 남편의 역할,
부모교육 등, 그러나 그런 내용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배운 바도 없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데도 없다. 전공자를 위한 과정 외에는. 모든 사람이
그런 과정을 전공하거나 두꺼운 전문서적을 밤새워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내용에 대해서 잠시라도 생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보다 나은
해결방법을 의논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왜냐하면 태어나고 안 태어나고를 선택할 수는 없는 아이들이지만 부모가 고대하는 새
생명, 축복받는 아이로 태어날 권리가 아이들에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의 성격, 양육태도, 가치관들이 다음 세대와 세대로 세습되기 때문이며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에 금이 가고 가정이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청소년 가출, 비행,
가정폭력, 외도, 이혼, 정신질환, 노숙자문제, 알콜중독, 마약 등, 우리가 지불해야할 엄청난 댓가와 국가비용을 생각하면 건강한 가정, 행복한
가정은 그런 사회 문제를 예방하는 최상의 해결 방안이기 때문이다.
- eye to eye 2001년
1/2월호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eye to eye 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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