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사랑법` 고집 말고 아이들 관심사 함께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려 한다. ‘비행기로
갈까,자가용을 끌고 갈까,아니야 오랜만에 기차를 타 보는 것도 운치가 있겠지? 언제 떠나지? 설 연휴 때 표가 있을까? 민박보단 날도 추운데
콘도에서 지내는 게 좋을 거야.’마음 속으로 혼자 묻고 답하며 신이 나 있다. “어디로 갈 건데요?”옆에 있던 동료가 묻는다. “멋진 곳이요.”
만일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우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조소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맹목적인 자식 사랑이 바로 그렇다.정작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는 정하지도 않고,언제 뭘 타고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내 자식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만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그것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모가 적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우선 자신이 꿈꾸는 내 자식의 모습부터 명확하게 그려보라고 권하고 싶다.병원 신세 안 지는
건강한 아이,자기 일을 알아서 스스로 챙기는 아이,남들과 더불어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 등등. 아날로그 시대는 끝나고 디지털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고 야단들이지만 자식 사랑과 가정 교육에도 아날로그식이 있고 디지털식이 따로 있을까?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업가도 있지만 100년 전이나 50년 후에도 변치 않을 가치와 원칙은 존재하는 것이다.
결혼만 하면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이뤄지거나 아이는 늘 사랑스럽고 귀여우며,아이를 낳으면 결혼생활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없다면 그것은 한낱 환상일 뿐이며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과 진정한 부모가 먼저 되는 일이 진정한 자녀 사랑의
첫걸음이다.
‘내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있어 환경이자 토양인 동시에 가장 오랜 시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과서란 의미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내가 주고 싶을 때,내
방식대로 강요하지 말고 그들의 언어로 다가가서 그들의 관심사와 고민을 공유하자.
아이들의 나이나 발달 단계에 따라 엄마·아빠의
사랑법을 맞춰나가자.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일,진짜 잘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찾아주자. 그런 다음 한결같은 관심과 믿음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좀 내버려 두자.그래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다음 책임을 질 줄 아는 아이,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아이로 키우자.하지만 허용과 수용, 권위적인 부모와 권위가 살아있는 부모의 차이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강학중(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 2001/1/18 중앙일보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중앙일보(200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