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랑을 위한 잣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들 한다. 그리고 굳이 얘기를 안하더라도 알아서 해주는 것이 사랑하는 부부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십수 년, 수십 년, 살을 섞고 사는 부부라도 내가 무엇을 원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당신의 어떤 말 한 마디에 속이 상하는지 얘기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까맣게 모를 수가 있다.
남편을 이해하고 부부간의 오해와 싸움을 줄이기 위해 내가 무엇을 얼마만큼 원하고 싫어하는지를 척도를 이용하여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척도를 ‘0’으로, ‘반드시, 꼬옥 그렇게 하고 싶다’는 척도를 ‘10’으로 두면 ‘5’는 보통 정도가 될 것이다. 나는 주말연속극을 보고 싶고 남편은 스포츠 중계를 보길 원해서 TV 리모컨을 들고 언성이 높아졌다고 가정하자. 남편은 이번 게임은 안 보면 안 되는 중계방송으로 척도 10이고 난 연속극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면 내가 양보하는 그런 방법이다.
외식하러 나가서 남편은 매운탕을 먹고 싶어하고 난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다면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번은 냉면, 다음번엔 매운탕을 먹는 식으로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A라는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10이고 남편은 B를 보고 싶은 욕구가 6정도라면 남편의 양보를 기대해도 좋다. 남편이 ‘오늘 밤 어떠냐’고 은근한 눈빛을 보내올 때 내 몸이 피곤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도 남편의 욕구가 10정도로 강하다면 남편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 배려도 좋을 듯 싶다. 그러면 ‘나하고 교회 함께 가는 것이 당신의 소원이라
면 같이 가자’고 따라나서는 남편의 변화도 언젠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척도를 이용한 이런 지혜는 비단 부부관계뿐 아니라 부모 자식간이나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자기 느낌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아니어서 매사를 그런 척도로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의 미숙함이나 의견차이를 조금만 극복해 나가면 서로의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지혜로 발전시킬 수 있다. 사소한 것은 양보하고 양보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기분좋게 얻어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현명한 아내가 부부의 사랑을 가꾸어나가는 비결이 아닐까.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여성조선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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