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님 수위님 우리 수위님
2000년 6월 30일, 비오다 흐림 누가 주는 돈으로 월급받는 줄
알아? 그러니까 수위나 하지 수위 주제에 어디 반말이야? 평생 수위나 해 처먹어라 멱살을 잡히고 욕설이 오가고 주먹다짐까지 하는 험악한 상황을
그리며 기분이 몹시 나빴다.
지난 4월,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며 칠하고 도배하고 이삿짐을 들이는 과정에서 유독 한 수위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인부들을 못 들어가게 하고 공연히 돈을 바라고 수고한다며 건네는 음료수에도 눈을 내리깔고 말대꾸도 않는 태도에 아내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수위도 수위지만 자기 아내를 무시하는 수위에게 암말 말고 그럴수록 더 잘 하라는 남자가 정말 내 남편인가 싶어
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내 얘기를 용케 들어주었다. 주민들 중에도 돼먹지 않은 사람이 어디 없었겠느냐, 종이나
하인 부리듯 거들먹거리는 사람때문에 속을 끓인 적도 있을 것이고 하루 종일 좁은 공간 속에서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한때 괜찮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비애감을 느끼지 않겠느냐. 그리고 일체 내색을 않고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나갈 때 들어갈 때, 몇 번이고 인사를 하고 아이들에게도
더욱 공손히 인사를 시켰다. 처음에는 얼굴을 돌리기도 해서 아내 역시 마음이 편친 않았지만 얼굴이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주 전 아내가 해삼을 썰어 한 접시 갖다 드리며 수고하신다고 인사를 했다. 매일 마주치는 사이에 얼굴 찌푸리며 불편해
하기보다 우리가 연장자에게 잘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퇴근하며 들어서는 나를 반갑게 맞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수위가 변했다는
것이다. 수위가 딴 사람이 되어 무겁지 않느냐며 수박을 들어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또 시원한 수박을 갖다 주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기뻤다. 참 기뻤다. 그리고 아내에게 막 뻐기고 싶었다. 맞지? 내 말이 맞지?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HOME21]카페부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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