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 연습
2000년 6월 1일 목요일, 맑음 아내가 없는 집은 썰렁하다. 아이들까지 없으니 더욱
적막하다. 좀 치우며 살라고 뭐라 그럴 사람이 없으니 어질러 놓고 사는 재미는 나쁘지 않지만. 며칠 밖에 안 되었는데도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니
조금만 더 지나면 가관이리라.
며칠 전, 아침에 씻어 놓은 쌀을 퇴근 후 전기밥솥에 안치는데 가슴 한 쪽이 싸아했다. 열흘만에
돌아올 아내지만 아내가 먼저 죽고 홀아비가 돼서 안치는 쌀이라면 얼마나 서글플까 싶었다.
술마시고 밤늦게 들어오지 않고 착실하게 일찍
퇴근한 남편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고 싶은데 아이들 보러 영국에 간 아내는 전화가 없다. "따르르릉" 이심전심이었을까. 통통 튀는 녀석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잘 있다는 아내의 인사를 받고도 여보 사랑해. 빨리 오세요. 그 말을 하질 못 했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HOME21]카페부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