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꼬없는 찐빵 전 직장의 O상무가 상처했다는 전화였다. 자궁암! 평촌의 모대학 병원
영안실 앞에는 같이 근무했던 반가운 얼굴들이 수십명이나 먼저 와 있었다. 그러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 사람들을 향해 활짝
웃어지지가 않았다. 빈소에 들어서니 O상무의 작은 아들과 조카가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손만 잡고 한참을
서서, 고2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보다는 낫지 않냐며 궁색한 위로의 말을 늘어놓았다. 군대에 가 있는 형을 이어 몇 개월 후면 작은 아들도
군에 간다니 아무도 없는 빈 방을 찾아들어갈 O상무의 심정이 어떨까 싶어 가슴 한 쪽이 저려왔다.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을 수는 없는 일인데도 배우자가 먼저 죽는 경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남편에게만 의지해 살던 여성이
남편이 죽은 후 아무 것도 엄두가 안 나듯이 모든 걸 아내에게만 맡겨 놓고 살던 남자도 아내가 죽으면 살아갈 일이 막막할 것이다. 밥하고
빨래하고 옷 다리고...... 아이들이 어리면 어릴수록 남자의 힘만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랴. 건너편에 앉아 있던 J상무가
아내가 먼저 죽으면, 세탁기 돌리고 남은 음식 다시 먹을 수 있도록 잘 챙기고 딸아이 머리 땋아 주는 일이 걱정이라며 웃었다.
미국과 영국의 두 경제학 교수가 결혼의 정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연구를 했더니 배우자가 있는 경우 이혼하거나 사별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행복감을 느끼며 매년 10만 달러를 더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 후 들리는 말에 의하면 O상무가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했단다. 아내가 건강하게 내 곁을 지키고 있을 때 간단한 음식 한두 가지는 미리미리 배워두는 것도 좋을성 싶다. 세탁기 돌리는 법도
미리 익혀 두고 바지나 와이셔츠 정도는 내가 다려도 보고. 아내의 짐을 덜어주는 방법이기도 하고 노후의 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할 것이다.
마누라가 죽으면 화장실에서 웃는다는 얘기는 한낱 우스개소리일 뿐, 별거와 사별이 얼마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는지 몰라서하는 얘기임이
분명하다.
아내 없는 세상은 앙꼬 없는 찐빵 정도가 아니라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이다.
[필자]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HOME21]카페부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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