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수업" 제목에 끌려 아침에 읽어 봤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내 자화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담담하게 보여지는 바로 내 모습이었다. 이것 저것 해 보라는게 부담돼서 28페이지의 긍정적인 단어들만 복창해 보자고 맘먹고 책을 덮었다.
저녁에 다시 책을 펴들었는데 마치 내 머리위에 카메라를 두고 찍은 것 처럼 친숙한 장면들이 계속 나오고 저자가 바로 내 옆에 앉아 조곤거리는 말투로 상담을 해주는 착각에 빠졌다. 38년차 남편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좋은 상담 잘 받았다. 마누라도 이 책을 나 몰래 보고 내가 얼마나 찌질했었는지 또 얼마나 맹탕이었는지 좀 알아주면 좋겠다.
책을 다 읽고 TV를 켜니 6원으로 12억원의 빚을 법적으로 다 갚은 재테크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의 열쇠를 책에서 찾은 느낌이라 그 사람이 전혀 부럽지 않다. 아들과 사위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게 뭘까?
도대체 뭔데 이 책의 여운이 이리 오래 가는가?
미사여구를 늘어 놓은 것도 아니고 기승전결과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글인데 이게 왜 이리 내 맘에서 사라지지 않는지 한참 생각했다. 왜 그럴까?
몇 년전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 맛을 제대로 내는 식당을 찾아서 착한식당이라고 부르는 TV 프로가 있었는데, 그래~~~ 바로 이거다.
꾸밈이나 과장없이 감정 이입 없이 날 것 그대로 차근차근 급하지 않게 보여주는 저자의 글솜씨가 그 답이다.
착한문체다. 착한 책이다.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