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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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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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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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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국에서 수영장 청소합니다
여기는 사시사철 날씨가 더워서 웬만한 집은 수영장이 집 뒤뜰에 있습니다. 거기에 일주일에 한번씩 잠자리 채 비슷한 거(낙엽 건지는) 물 맑게하는 약품통 2개(정확히 말하면 Acid, Chroline) 수영장 바닥 먼지 청소를 위한 Vacuum 기구 이런거 들고 들어가 열심히 청소하고 있습니다
여기 LA에 와서 처음 3년간 열심히 직장생활 했었습니다. 잔머리 굴리고 윗사람 비유 맞추고 적당히 구실 만들어 상황 대처 해야하는 직장생활이 싫어서 미국에 왔는데요. 또 3년간 그런 일을 했습니다. 영주권을 2년만에 받고 1년 더 일을 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직장 일이 사실 온실 속에 있는 것 같이 편하기는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떡해든 시간이 지나면 월급은 꼬박 꼬박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미국을 이것 저것 알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주었고요. 뉴욕,뉴저지,보스턴,덴버,휴스톤,달라스,아리조나,산호세 등으로 출장 다니며 미국을 배우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두드리고 나서 한참 생각해 보고 건너는 성격입니다. 영주권을 받은 후부터 무엇을 할까? 이것 저것 알아보고 궁리해 왔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서 절반은 딴 생각을 한 셈이죠. 여기 우체국 공무원이 되려고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도 보았는데 81점을 받았습니다. 70점이상이면 발령조건이이 되지만 대기자가 많아 점수순으로 발령이 먼저 납니다.지금 발령나는 점수대가 89점대라서 제 차례가 오려면 1~2년 더 기다려야 하기에 체념하다가 트럭 운전을 해보려고 운전학원을 다녔습니다. 53피트 대형트럭 몰고 차에 딸린 침대에서 자면서 뉴욕에서 LA를 화물 싣고 왔다 갔다 하는 일인데 너무 집을 많이 비우는 탓에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일이 이 수영장 청소입니다.
지금 3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살도 많이 빠지고(10Kg) 열심히 한 덕에 고객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집도 줄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이 일이 즐겁습니다. 낙엽을 건지고 Vacuum을 한후 깨끗해진 수영장의 파란 물을 바라보면 참 마음이 시원해지고 보람을 느낍니다. 한달에 한집당 70불 정도 받습니다. 지금 44집을 하고 있으니 한달에 3000불 조금 넘게벌고 있습니다. 수입은 펌프,필터 이런거 고치는 기술이 새이기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고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는데 아침 7시에 시작해서 오후 2~3시면 일이 끝납니다. 요령만 익히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인데, 머리 쓸 일 없고 몸을 놀려 이렇게 단순 반복되는 이런 일이 좋습니다. 누가 잔소리하는 사람 없구요. 참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깔고 저의 하루를 소개하면
새벽 5시30분 알람소리에 10분을 더 버티다가 일어나 세수하고 아내와 함께 무릎꿇고 예배를 드립니다.
밥을 먹고 점심 도시락(찐 고구마 3개+바나나 2개+마실 것)을 들고 Toyota Pick up 트럭(왜 일제냐 하시겠지만 돈 없는 사람에겐 잔고장 없는 이 차가 도움이 됩니다. 다음엔 한국차 사려고 합니다)을 몰고 청소 일을 나갑니다. 하루에 10집 정도 갑니다. 열쇠를 맡기는 집도 있고 항상 가는 시간에 맞추어 열어 놓는 집도 있습니다. 중국사람, 알메니안이 합해서 5집 정도 되고 나머지는 모두 백인입니다. 성안에 들어 온것 같이 큰 집도 있고 오래되고 작은 집도 있습니다. 얼마 전 성탄절에는 초코렛,인삼차(중국사람이 줌)같은 작은 선물들을 받았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잔뜩 위축되어 있는데 이런 선물을 받으니 나를 인정해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힘이 되었습니다. 투견 비슷한 검은개를 키우는 집이 있는데 이놈이 짖으면 정신이 없습니다. 어느 날은 이 놈이 풀려나와 내게 달겨들었습니다. 다행히 물진 않더군요. 달겨들다가 내 주위를 빙 빙 돌다 놀란 주인이 수습하여 저는 한숨 돌렸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붙었습니다. 인종이 다 다르다보니 성격과 문화도 제 각 각입니다. 그것을 겪으면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본토백이 이 미국인들을 고객으로 모시며 말붙이고 요구하고 묻는 말에 대답하고 돈을 받고... 이런 일들이 이제 진짜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구나하는 실감을 줍니다. 백인 두려움증 이런 것도 약간은 없어지는 것 같고
집에 오면 샤워하고 컴퓨터 틀고 인터넷 신문 등을 보다가 아이들을 학교에서 Pick up해 오기도 하고, 성하 숙제를 봐주기도 하고,영어 성경을 노트에 쓰고(5년째 하고 있음), 다른 영어 공부를 하다보면밤 9시. 아들이 잘 시간입니다. 방 에 함께 올라가 옛날이야기(주로 성경이야기)를 팔베개하여 해 주다가 자면 내방으로 와 TV 약간 보다가 잠이 듭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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