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친척간 다툼, 근원을 뿌리채 뽑는 방법은
2년째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는 이모씨(29∙남)는 추석 때 친척들 만나는 게 무섭다. 이씨의 어머니는 추석 차례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야말로 180도 돌변한다. "조카 녀석은 너보다 열살이나 아래이면서 대학 다니는 내내 장학금 받다가 지금은 대기업 다닌다더라." 사소한 것 하나로 트집잡고 화를 내는 어머니에게 결국 아버지는 그만하라고 화를 버럭 낸다. 일반 직장인 여성 박모씨(37) 역시 차례를 지내려 큰아버지집으로 가는 것이 답답하다. 아직 미혼인 박씨에게 쏟아질 '관심'이 벌써부터 눈앞에 선했다. "너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 시집을 못 가서 어쩌니." "여자가 시집은 늦게 가도 아이는 빨리 가져야 하는데…" 추석 차례에 오지 못한 친지들이 있기라도 하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진다. 홍보전문회사에 다니는 정모씨(32∙여)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어머니가 지난 추석, 제사에 불참했다. 왜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해 끝에는 어머니 험담으로 끝나는 큰어머니 등쌀에 올 추석에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큰집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예전보다는 친척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나 추석이 오면 여전히 각 지역에서 친척들이 한곳에 모여 제사를 지낸다. 하지만 명절만 되면 그만큼 갈등도 쉽게 발생하고 심지어 가정폭력도 급증한다. 지난 1일 발표된 강원지방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연휴기간(9월18~22일) 도내 경찰서 112상황실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모두 146건으로 일평균 29.2건이었다. 같은 해 접수된 도내 가정폭력 신고 일평균 15.2건(5548건)보다 1.9배나 증가한 수치다. 명절만 되면 이렇게 가족간 다툼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명절이라고 해서 유독 친척간 다툼이 번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 나빴던 사이가 명절이 돼 터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강 소장은 "명절이란 가고 싶지 않다고 쉽게 가지 않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생겼던 갈등을 해소시키지 않으면 명절 때마다 불편한 사이가 된다"고 조언했다. 대화법, '너는'이라는 2인칭보다는 1인칭으로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조창현 부원장은 친척간의 대화법에 대해 '2인칭 기법'보다는 '1인칭 기법'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너 취업은 했니", "너 시집은 언제 갈거니", "너 둘째는 언제 가질거니" 등 '너'라고 하는 2인칭 대화기법보다는 "나는 네가 직장을 구했는지 궁금해", "나는 네가 시집을 언제 갈지 궁금해" 등의 방법으로 1인칭 대화기법을 사용해 보라는 것이다. 질문자의 속마음은 관심이자 애정을 표하는 것이며,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지만, 2인칭대화기법을 사용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비교당하고 강요당하는 느낌을 준다. 기분도 상하고 화가 나서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은 충동마저 든다. 혹여 상대가 말실수를 해도 현명하게 받아넘기는 것도 중요하다. 조 부원장은 "상대방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 때, 그 순간을 잘 넘기지 못하고 차갑게 받아들여버리면 다음 명절이나 이후 친척을 만날 때 난감해진다"며 "자신감있게 '그러게요, 고모,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라는 식으로 받아치는 것이 상대를 위해서도 좋다"고 조언했다. 평소 꾸준한 친척간 교류활동도 중요 추석 같은 명절 이외에 평소 친분을 유지하는 것도 갈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 조 부원장은 "요즘은 SNS도 굉장히 발달해 친분을 나누기가 쉬운 환경"이라며 "가족 카페∙홈페이지∙카카오톡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교류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또한 조 부원장은 "최근, 싱글족이 많아지고 저출산, 고령화 및 세대간의 단절이 문제시 되고 있다. 명절의 친척간 교류는 사회문화적으로 긍정적인 체험이 될 수 있다"고 추석 가족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참여하는 구성원이 중요하다. 부담없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문화공연이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가족 구성원 간의 정을 느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출처] 머니투데이뉴스 2014/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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