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로또'…여자에 효자까지 인생이 달라진다
【춘천=뉴시스】조명규 기자 = 강원 춘천시에 사는 이모(29)씨는 매년 돌아오는 추석이나 설이면 취업 문제와 결혼 등 민감한 부분에 돌직구를 던지는 사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 초 이씨가 공공기관에 취업하면서 이제는 추석 명절이 가시방석이 아닌 친인척들과 추억을 나누는 '정겨운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 친구까지 생긴 이씨에게 이번 추석은 생애 최고의 명절이 됐다.
이씨는 추석 보너스로 받은 급여로 부모에게 용돈 봉투를 드렸다. 또 받은 상품권을 고모와 이모 등 친지들에게 미리 돌려 '잘 키운 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이씨는 "매년 추석 때마다 사촌들의 악의 없는 돌직구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더는 내 얘기가 아니다"며 "지난번 사귀었던 여자 친구는 무직인 상태로 만나 경제적으로 지질한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이제는 결혼 생각도 할 수 있다"고 행복해했다.
또 두 번 실패 만에 음식점 창업에 성공해 자리를 잡은 김모(33)씨는 "경기가 워낙 엉망이라 지방 소도시에서 먹거리 장사로 성공하기는 개천에서 용나기처럼 힘들다"며 "명절날 고향에 내려가면 불편한 마음으로 보냈지만, 이제는 상황역전"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좁아진 취업의 문과 결혼자금 준비 등의 이유로 대다수 청년에겐 추석 명절이 부담스럽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20~30대 청년 네티즌 238명을 대상으로 '2030세대 청년들의 추석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68.3%가 추석을 기다리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추석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20.5%, '별생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이 47.8%에 달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오랜만에 모이는 친척들은 각자의 상황이 다를 수가 있다"며 "결혼이나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청년을 위해 어른들부터 말을 조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이 명절날 지나가는 인사말로 건네는 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상처를 받지 않도록 더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kcho@newsis.com [출처] 뉴시스 201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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