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뉴시스】조명규 기자 = '막장드라마' 열풍속에 불륜조차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40대 유부녀와 20대 대학생의 사랑을 그린 한 드라마는 많은 시청자들의 찬사와 비난을 받으며 인기리에 종영되기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도 '상황에 따라 가능한 일'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결혼생활 14년차인 조모(39·여·춘천시)씨는 불륜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자면 누구나 한번쯤 혼외연예를 상상해 보지 않느냐"며 "단순히 욕정만 채우기보단 정말 아름다운 마음이라면 꼭 나쁘게 만은 보이지 않는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직장인 김모(32)씨는 "솔직히 나 자신부터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남자로서 여자를 만난다는 게 싫지는 않지만 가정이 소중하기 때문에 참고 사는 게 맞다며 "드라마 속 사랑이 이해는 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내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데 비난할 필요는 없다"며 "드라마 장르를 골라 욕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싫으면 안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적으로 금지된 사랑에 대해 가정불화, 이혼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이혼·별거한 여성의 주요 해혼 원인은 배우자의 외도가 24.2%로 경제문제(26.1%)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20대 이하와 30대에서 배우자의 외도에 의한 이혼·별거 비율이 가장 높게 조사돼 세대 간 차이를 보였다.
가정주부 김모(43·여)씨는 "아이들과 드라마를 같이 보는 편인데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정서상 좋지 않은 것 같다"며 "또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해도 막상 외도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냐"며 꼬집어 말했다.
또 정모(23·여)씨는 "힘든데도 평생을 같이 사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정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더럽게까지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막장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과 대리만족을 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소 자극적이고 무리한 설정으로 국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외도를 보며 아름답게 느낄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 물론 드라마가 도덕교과서도 아니고 그렇게 보여서도 안 되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넓게 말하자면 가정안에서, 부부속에서, 배우자에게서 해결 못하는 것들을 밖에서 구하려는 것으로 단순히 성적인 관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정서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 욕구들이 반영 된 것"이라며 "부부관계에서는 이 같은 불륜의 씨앗들이 자라지 못하게 배우자와 서로 교감하며 잘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혜숙 교수는 "개인주의가 늘어남의 따라 개인의 감정을 더 중시하기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서양의 경우 사랑이 없으면 결혼을 종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 어느 게 더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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