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 찾기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면서, 교회 안에서도 아버지 관련 사목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가정에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TV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근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 가정에 충실한 새로운 아버지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주목 받고 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아우구스티노·57) 소장은 “아직까지 더디고, 세대 차를 보이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아버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아버지들부터 자녀들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 큰 자산이 된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춰, 교회 내에서도 가정 안에 아버지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가정의 화목을 위한 관련 사목 프로그램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 수요와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인 것.
서울대교구 천호동본당(주임 이성운 신부) 중·고등부 주일학교는 지난해 4월,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 파티’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요리를 통해 아빠와 자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행사에 참여한 이병곤(프란치스코·45)씨는 “평소에는 집에서 요리를 잘 안 하게 되지만, 이런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요리할 수 있어 너무 즐겁다”며 “앞으로 소통 잘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각 본당에서 아버지와 자녀들 간에 여름캠프를 진행하는 등 가정과 아버지의 관계를 회복하는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아울러, 교회 안에서 아버지들 스스로가 주최가 돼 아버지들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모임들도 꾸준히 생기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교구 흑석동본당(주임 이경훈 신부)에서는 아버지학교 수료자들이 모여 2011년 ‘아버지회’를 설립했다. 가정과 교회에서 아버지의 역할과 자리를 찾자는 취지로 뭉친 본당의 ‘아버지회’는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4월 한 달 동안 ‘손(자필) 편지 쓰기 운동’을 주관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아버지는 가정의 CEO’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본당 자체적인 ‘아버지 신앙학교’를 개최했던 서울대교구 고척동본당(주임 남학현 신부)도 지난 그해 가을, 본당에 자부회가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양업회’를 설립했다. 매주 교중미사 후 유아실 청소, 관리를 비롯해 월 1회 본당 교육관 청소, 주일학교 간식봉사를 맡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유기농 재료만을 이용해 직접 간식을 만든다.
이 같은 아버지들의 적극적인 참여 열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교회 내 지속적인 아버지 사목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는 “경제 논리 속에서 사회 활동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교회에서도 아버지들이 하느님 아버지를 알려주는 신앙의 아버지로서 앞장서 나갈 수 있도록 그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종암동본당 30~40대 남성들의 모임인 ‘하느님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홍영재(파비아노·44·서울 종암동본당)씨는 “아빠와 자녀가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교회 내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부모로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더욱 늘어난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