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어제 뉴스를 보다 보니까 서울 관악구청의 작은 도서관에서 결혼식이 열렸더라고요.
이웃들은 가까워서 편했고, 또 구청장은 구청장실을 신부 대기실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런 작지만 알찬 나만의 결혼식이 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엔 총리와 장차관 전원이 간소한 결혼식 캠페인에 동참을 했고요, 연예인들도 마찬가집니다.
모은희 기자 나왔습니다.
그래도 실속과 의미는 챙기고 싶을 것 같은데요.
<기자 멘트>
저도 결혼식을 돌이켜보면 신혼 초에나 몇 번 보고 말 결혼 사진은 왜 그리 큰 돈을 들여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또 예식장 꽃값도 불과 몇 시간 쓰는데 정말 비쌌던 걸로 기억되고요.
결혼한 분들은 아마 대부분 비용에 거품이 많다고 동감하실 거예요.
실제로 결혼 준비를 위해 신랑은 평균 8300만 원, 신부는 평균 4400만 원을 쓴다는 조사도 나와 있는데요.
이런 부담을 벗고 최근에는 나에게 맞는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해 식을 치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은 결혼식이 많아지면 허례허식도 좀 줄어들겠죠?
함께 보시죠.
<리포트>
얼마 전 비밀리에 ‘식 없는 결혼’을 한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
일부 가까운 사람만 초대해 간소하게 혼례를 치르는 이른바 ‘작은 결혼식’을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최근 이런 ‘작은 결혼식’을 하려는 부부들이 늘고 있습니다.
오늘 백년가약을 맺는 이승환, 하혜현 커플.
자신들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위해 이들이 선택한 곳은 서울 시민청입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대관료가 6만 6천원으로 매우 저렴한데요.
단 이곳을 이용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인터뷰> 노재용(시민청 운영팀) : "하객 규모는 100명 내외, 그리고 진행 비용은 꼭 필요한 것들로 해서 500~600만 원 내외를 기준으로 해서 선정을 하고 있습니다."
주례를 비롯해 축의금 받는 곳은 과감히 없앴고요, 값비싼 꽃 장식 대신 하객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화분으로 준비했습니다.
또 불필요한 예물을 줄이고, 그 비용을 아껴 부모님을 위한 선물 이벤트를 마련했는데요.
<녹취> "몇 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훨씬 값진 선물이야. 고마워"
처음에는 작은 결혼식이 못 미더웠던 부모님도 이제는 대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인터뷰> 하혜현(신부) : "우리나라 기존의 결혼 문화가 너무 허례허식이 많은 것 같아서요. 그렇게 남들과 똑같이 의미 없는 결혼식을 하면 허무할 것 같았어요."
<인터뷰> 하은숙(혼주) : "와서 보니까 아무 손색없고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결혼식인 것 같아서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좋아요."
전국적으로 130여 개 공공기관이 무료 혹은 소정의 비용만 받고 장소를 빌려주는데요.
여성가족부 인터넷 혼례종합정보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도 많아졌습니다.
이 예비부부도 좀 더 실속 있는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상담중인데요.
<인터뷰> 김솔뫼(예비 신랑) :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장식 같은 게 약간 거품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꽃 장식이라든가 아니면 한 번 터지고 마는 폭죽 같은 거요."
보통은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이 세가지를 묶음상품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선 나의 예산에 맞춰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혼식 비용의 거품을 줄이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데요.
<인터뷰> 김미경(웨딩 상담 전문가) : "드레스를 유명 상호로 찾는 신부들이 굉장히 많은데 유명 상호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정말 착한 가격의 드레스를 제공받을 수 있거든요."
예식장을 선택할 때는 하객수를 미리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보증료 지불 같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상담을 받고 나에게 맞는 업체만 고르면 되니까 끼워팔기 같은 불필요한 지출은 없겠죠?
<인터뷰> 안이슬(예비 신부) :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착한 가격에 실속 있게 결혼 준비를 할 수 있게 큰 그림을 그려준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스튜디오 웨딩촬영은 막상 찍자니 비용이 너무 부담되죠.
그렇다고 안 하자니 아쉽고요.
그럴 때는 이른바 세미웨딩 촬영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념이 될 정도로 딱 필요한 컷만 촬영하면 비용은 시중의 3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는데요.
<인터뷰> 최성영(예비 신랑) : "웨딩 촬영을 아무리 저렴하게 해도 200만 원대에서 시작이 되는데 여기는 4분의 1 가격, 50~60만 원대에 할 수 있어 저희한테는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 됐습니다."
<인터뷰> 박철규(세미웨딩촬영 대표) : "큰 스튜디오들은 유지하기 위해서 월 관리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요. 저희는 보다시피 스튜디오 규모가 조금 작다 보니까 거기서 아낀 돈으로 신랑, 신부에게 좋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죠."
고가의 유명스튜디오를 꼭 찾지 않더라도 원하는 콘셉트를 미리 준비해 가서 요청하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녹취> "정말 사랑스럽게"
이렇게 모두 완성됐는데요.
값비싼 웨딩사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죠?
<인터뷰> 안지현(예비 신부) : "처음에는 가격이 저렴해서 대충 할 줄 알았는데 대화도 편하게 많이 하면서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쓰고 마는 낭비를 막기 위한 결혼 소품들도 등장했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이 드레스!
<인터뷰> 황명환(친환경 웨딩 소품 디자이너) : "이 드레스는 한지랑 쐐기풀로 만들어서 화학 공정이 없다 보니까 버려지게 되더라도 쉽게 땅에서 썩어서 양분이 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수백 장씩 한번 보고 버려지는 청첩장도 콩기름, 과일추출물 같은 천연재료를 이용하고요.
결혼식에서 이백만 원 가까이 하는 생화장식 대신 뿌리 있는 식물을 사용하는 꽃 장식, 부케도 인기가 높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결혼 대신 실속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들인데요.
<인터뷰> 강학중(가정경영연구소 소장) : "허례허식, 보여주기 위한 과시를 줄이고 정말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그런 뜻깊은 결혼식으로 사실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대에 맞게 내 식으로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 작은 결혼식, 착한 결혼식. 나만의 결혼식이 되는 거죠."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일생의 가장 중요한 행사 ‘결혼’, 남에게 보여 지는 것 보다 나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