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대가족의 경제학]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가족은 엄청난 자원, 모여 살기에 도전해보라”
“모여 살아 보니 좋은 점이 더 많더라”는 게 실제로 신(新)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의 ‘증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현실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진다면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자. 신 대가족 형태의 각
세대별 장단점과 모여 살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10계명’까지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에게 의견을 구했다.
‘가정도 경영이다’, ‘가정을 경영하자’. 2000년 1월 1일 강학중 소장이 가정경영연구소를 출범시키면서 내건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고 핵심적인 부분이다. 교육을 통해 가족 문제를 예방하고자 설립한 가정경영연구소는 실제 사회적으로
기여한 바가 크다. 가족상담실을 열고 수많은 사례를 상담하며 문제 예방과 가족 치료에도 힘썼으며, 부부에서 부모와
자식 등 다양한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연구, 교육함으로써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해야 사회도, 기업도,
국가도 행복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도 신 대가족 형태는 장점이 더 많다는 게 강 소장의 얘기다. 다만 누군가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여전히 심리적 두려움이 앞서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할 터. 그렇다고 답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각자의 처지에 맞게 합리적 선택을 하면 된다.
따로 또 같이 모여 사는 ‘신 대가족’이 확산 추세라고 합니다. 소장님도 체감하시나요.
“실제로 실행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이 생각은 하지만 실행을 못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자식세대가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해 부담주고 싶지 않다며 말조차 꺼내지 않는 경우도 있죠.
반대로 자식들이 먼저 원해서 모여 사는 경우도 있어요. 저의 한 지인도 자녀들이 원해서 자식들이 각자 형편에 맞춰
돈을 각출하고 건물을 지어 모여 살고 있기도 하고요. 같은 건물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자주 왕래하는 가족도 있고, 그 형태가 다양합니다.”
신 대가족 형태가 확산되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게 육아 아닐까요. 지금은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죠. 미혼보다 기혼 여성의 취업률이
더 늘어났을 정도니까요. 맞벌이가 늘어난 이유에는 물론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여성을 더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여성들도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많아지는 등 달라진 시대 분위기가 한몫하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
육아 문제가 늘 걸림돌인 겁니다. 믿고 맡길 만한 보육센터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사실 내 가족이 아이를 봐주는 것만큼
안심이 되진 않죠. 그러다 보니 부모님에게 육아를 의존하는 가정이 늘어가고, 자연히 부모님을 중심으로 모여 살게 되는 겁니다.
시댁보다는 친정 중심으로 모여 사는 사례가 많은 이유도 아이를 맡기기에 비교적 친정 부모님이 더 편하기 때문이고요.”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부모님 세대는 자식들이 하나 둘 품을 떠나고, 일에서도 은퇴를 하면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손자, 손녀를 봐주면서 보람도 느끼고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으니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지요. 요즘은 대부분
부모님들에게 육아의 대가를 지불하는 자녀들이 많은데, 꼭 대가를 바라고 돌봐주는 건 아니더라도 자기 생활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고요. 그렇다고 해도 함께 모여 살 경우, 오히려 자식들이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더 많이 받는 측면이 있어요.”
신 대가족 형태가 주는 정서적·경제적 효과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육아 문제를 비롯해 자녀 세대는 실제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심리적 측면에서는 부모 세대가 더 이익이죠.
노년기에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고, 근거리에 자녀들이 있으니 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안정적인 겁니다. 자식들 입장에서도 부모 가까이에서 내가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하고 있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을 테고요.
손자, 손녀들이 자라는 환경적 측면에서 봐도 좋은 점이 많아요. 조부모들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은 말투도 다르고 식생도 달라요.
인스턴트보다 된장국, 김치를 더 즐겨 먹거든요.”
모여 살다 보면 부모 자식 간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 남매 등 수평적 관계에서도 주고받는 게 많을 것 같은데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공동 육아나 품앗이를 하는 세상인데, 형제자매들이 근거리에 모여 살면 그만한 공동체가 또 없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은 물질로, 시간이 여유 있는 집은 시간으로 서로 나누기도 하고, 또 물건 공동구매나 아이 옷 물려 입기 등
그 경제적 혜택은 말로 다 못합니다.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에서도 서로가 공평하게 역할을 분담하게 되니 부담은 줄고 자부심은 늘어나겠죠.”
일본에서도 경제적 혜택을 이유로 모여 사는 대가족이 늘고 있다는데,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확실히 모여 사는 가족들이 늘어났어요. 극단적 경험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런 의미에서 더 자주 만나고 서로 돌봐주기 위해 모여 살게 된 겁니다. 동양의 개념처럼 자식 세대가 부모님을 모시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니라,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때를 대비해 가까이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물론 모여 살다 보면 그 안에서 생기는 문제나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각자 가치관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아니라 육아 방식도 다르니 부딪칠 만한 요소는 넘치고 넘쳐요.
그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이해가 아니라 일종의 ‘합의’를 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주고, 어울려 살면서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규칙을 세우는 등 모두가 수긍할 만한 합리적 계약을 해야 해요.
그럼에도 만일 갈등이 심해지면 나중에 다시 주거를 독립할 수도 있다는 전제가 돼 있어야 합니다. ”
모여 산다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좋을까요.
“서양 말로 하면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 우리 식으로 하면 국이 식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보편적이지만,
심리적 거리는 사실 가족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할 수가 없어요. 적당한 거리가 누군가에게는 20분 거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5분 거리일 수도 있을 겁니다. 모여 살기로 했다면 그 ‘거리’에 대해서도 합의를 해야겠죠.”
끝으로 신 대가족 형태가 앞으로도 더 확산될 것으로 보시나요.
“그렇지 않을까요. 맞벌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테고, 노인 문제는 더 심각해질 테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신 대가족 형태가 출현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사회 제도나 시스템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게 맞는데 사실 앞으로도
많은 부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니 결국은 가족 안에서 방법을 찾게 되겠죠. 꼭 그런 면에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가족은 정말 훌륭한 자원이에요. 부모님이 건강한 것도 자원이고, 음식 솜씨가 좋은 자녀도 자원이죠. 그 ‘자원’들이 어울려
살면서 큰 갈등 없이 살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자원이고, 또 다른 ‘머니(money)’입니다. 모여 살기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강학중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 중퇴.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학 경영대학원 졸업. 경희대 대학원 가족학 박사. (주)대교 대표이사.
한국가족복지학회 부회장. 대한가정학회 부회장. (사)건강가족실천운동본부 총재. 한국사이버대 부총장. 현 가정경영연구소장.
출처: 박진영 기자 http://magazine.hankyung.com/money/apps/news?popup=0&nid=02&c1=2001&nkey=2013052100096071232&mode=sub_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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