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요즘 싱글남성은 결혼을 못한다기보다 안 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는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지만 그 말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죠.” (강호철, 37, 남, 서울 강남구 삼성동)
“나를 위해
투자하고 싶은 게 많은데 결혼하면 돈도 시간도 가족에게 희생해야 하니까 결혼이 꺼려집니다. 또 지금은 경제적으로 큰 불편을 못 느끼고 있지만
결혼하면 버거울 것 같아 미혼으로 지내고 있어요.” (홍진표, 가명, 35, 남,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서울에 거주하는 싱글 남성들의 속내다. 서울에는 30~40대 노처녀보다 노총각이 많고, 그 증가율도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은 ‘인구주택총조사·경제활동인구조사(통계청)’ 등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년간(1990~2010년) 서울남성의 미혼 현황 등의 내용을 담은 ‘통계로 본 서울남성의 삶’ 보고서를 지난 25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에 거주하는 35~49세 남성 중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1990년 2.1%에서 2010년 20.1%로 지난
20년 새 10배 증가해 동일 기간 6.4배 증가한 미혼여성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이 연령대 남성 5명 중
1명은 미혼인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연령대 미혼인구는 남성의 경우 1990년 2만 4239명, 1995년 5만 1452명,
2000년 89851명, 2005년 15만 8865명, 2010년 24만 2590명이었다. 여성의 경우 1990년 2만 2529명, 1995년
3만 9752명, 2000년 5만 6457명, 2005년 9만 712명, 2010년 14만 5218명이었다.
특히 1990년까지만
해도 남녀 미혼율은 2%대로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35~39세는 90년 이후, 40~44세는 95년 이후, 45~49세는 2000년 이후부터
남성의 미혼율이 여성보다 급격히 상승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201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말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의 비율은 2006년 28.1%에서 2008년 24.3%, 2010년 20.7%로
감소했다. 반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사항’이라고 답한 비율은 2006년 22.5% 2008년 22.8%, 2010년 29.8%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교육과 황경숙 교수는 “30~40대는 20대와 달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시간적으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이 연령대 남녀 미혼율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남자가 여자보다 출산문제에 대해 덜 얽매이기 때문으로도
봐진다”고 말했다.
한편 싱글남녀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일반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싱글이 평균수명도 짧고 건강도도 낮다. 이는 가족이 구성원을 이뤄 더불어 사는 것보다 혼자 살 때 식생활 등 불규칙적인 생활을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