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 박사는 교육기업에서 20년 동안 일했다. 1997년 대표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0년
국내 최초 가정경영연구소(www.home21.co.kr)를 열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쏟는 열정과 시간의 반의반만 가정에 투자한다면 가족이 얼마나 좋아할까?’라는 소박한 바람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권한과 혜택이었지만, 회사를 경영하면서 깨달은 합리적인 가정경영의 필요성을 동시대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1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왔다.
강 박사는 지금까지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정경영’에 대해 특강을
진행해왔으며 주요 방송 매체에서 ‘가족・가정・부부・자녀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가정경영 전문가로 고정 출연하고
있다.
결혼 후에는 사랑만큼 나약한 것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은 누구나 똑같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즐거운 우리 집’은 점점 멀어져 간다. 가족이기에 오히려 서로를 비난하고, 가족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상처 입히는 일이
다반사다. 왜일까?
“결혼 전에는 사랑만큼 힘이 센 것이 없어 보이지만, 결혼 후에는 사랑만큼 나약한 것이 없어요. 사랑만 앞세우고
지혜가 부족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자녀의 몸과 마음에, 배우자의 인생에 상처를 내게 됩니다. 또한 구체적인 목표나 실천 없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어려워요.”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박사는 ‘가족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 부모가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알아야 아이의 성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아이의 도덕성이나 창의성, 리더십 모두 부모가 뜻을 가지고 지도해야 이끌어갈 수 있다. 더 이상
자녀를 사랑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화목한 부부관계 역시 신뢰와 존중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집안팎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아야 진실한 공감과 위로가 가능해요.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나이에 따라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는지 알아야 상대방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나를 전달할 수 있죠. 가족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문제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첫아이가 3살인 엄마는 5살까지만 키우면 세상시름이 다 끝날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초등학생이 되면 성적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사춘기 시절에는 부모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어긋난 길로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 왕따나 학교폭력도 늘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다. 직장 문제, 결혼 등 걱정거리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문제난이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가장 고단하고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이 아직 겪어보지 않은 단계의 문제를 과소평가하죠. 지금 내 아이가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이라면 문제난이도가 낮은 단계입니다. 손이 많이
가서 육체적으로 고단하지만 위험천만한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난이도가 낮을 때 부모가 중심을 잡고 자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때 부모가 대신 고민해주고 결정해주면 문제난이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생겨요.” 강학중 박사는 ‘자녀를 어른으로 키우라’고 조언한다.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혹독하게 치를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는 이야기다.
우산 없이 비도 쫄딱 맞아보고, 추운 날 얇은 점퍼를 입고 가 추위에 벌벌 떨어도 보고, 아침에 꾸물대다 지각을 해서 선생님께 호되게 야단도
맞아봐야 혼자 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인간은 대가를 치러야만 깨닫게 되는 존재다.
가정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위기상황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변화를 읽고
그에 맞는 목표와 전략을 짜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영전략을 세우는 기업처럼, 가정에서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연말이 가까워오면 신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결산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가정에도 이런 과정이
필요해요. 가족을 위한 새해 계획서를 작성하고 결산을 하는 것이죠. 고객만족은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전략이고,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도 가정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보자. 5살짜리 아들이 컴퓨터 게임이 푹 빠져
막무가내다. 화 내고 협박하면 아이의 욕구는 점점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이때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위기경영에 돌입해야 한다.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상황을 객관화해야 한다. ‘가정경영’ 딱딱하게만 들리는 이 말 속에는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헌신이 담겨 있다. 74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주변 환경을 점검한다. 그런 다음 아이가 납득할 만한 규칙을 정하고,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잘 설득해서 좋은
습관을 키워줘야 한다. 부모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감정이 이성을 앞설 때가 많다. 하지만
상황을 객관화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짜는 훈련이야말로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구체적인 목표가 발전을 이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목표는 중요하다. 목표는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제이며,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명확한 목표를 가진 가정은 흔치 않다. 게다가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대학 진학 등에 목표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가족 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목표는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또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효과가 있어요. ‘가정에 좀 더 신경 쓰기, 좋은 부모 되기’ 등의 목표는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그 결과를 측정하기가
어렵거든요.”
강학중 박사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장모님과 어머님을 찾아뵙거나 전화로 인사드리기’라는 목표를 정해 두고 꼬박꼬박
실천하고 있다. 이런 목표는 아내는 물론 양가 부모님도 기쁘게 하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어 좋다. ‘일주일에 네 번 가족과
저녁식사 하기’ 역시 1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행복한 목표다. “일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 매일 줄넘기 100번 이상
하기, 결혼기념일엔 반드시 부부만의 시간 갖기, 한 달에 한 번은 온 가족이 서점 방문하기 등의 목표를 세워두면 결과를 평가하기도 쉽고,
가족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학중 박사는 조언한다.
[출처] 엄마는
생각쟁이(웅진씽크빅)2012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