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떠는 가족이 아이를
성공시킨다"
성공의 조건을 묻는 기자에게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행복경제학 이론을 소개한다.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 믿기 쉽다. 하지만 실제 조사해보면 돈을 많이 벌수록 행복지수가 올하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수준부터는 더 이상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든다. 아이와 가정의 행복을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은데 돈과 행복은 그리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돈에게 미뤄요. 주말 오후 공원에 나가 아이와
공을 차면 되는데 돈을 버느라 바쁘고 피곤하니까 축구교실에 보낸다는 거죠. 비싼 학원에 아이를 보내면 금방이라도 성과를 내고 성공의 길에 들어
설 것 같지만 돈보다 더 확실한 백은 가족 간의 원활한 소통이에요."
10여 년간 가족문제 상담을 위해 연구소를 찾은 가족들을
지켜봐온 강 소장은 아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가 가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족 특히 아이를 함께 키우는 부부 간의
대화 단절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이곳을 찾는 부부 중에 아내가 명문대를 안 나와 미치겠어요, 남편이 영어를 못해서 이혼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갈등의 요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열에 아홉은 서로 대화가 없기 때문이죠."
사람과
사람, 특히 가족 간에는 대화로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한다고 진짜 대화는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대화의 기본. 하지만 대부분 각자 필요한 말만 내뱉은 채 귀와 입을 닫아버린다. 아이란 집안의 분위기를 먹고사는
존재인데 부모가 이런 상황이니 눈치만 살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쉽게 입을 떼지 못하게 된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사소통에도기술이
필요하다
화목한 집안의 분위기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아이의 성적이나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 누가 조사해도
동일한 결과를 보인다. 바쁜 일상에서 가족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제안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강소장은
가족이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도 많지만 가족 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보다 몇 배나 더 많다고 역설한다. "가족의 상황에 따라
아이들과 아침을 꼭 같이 먹는다 든지 일요일 저녁만큼은 함께한다 는 등의 규칙을 정하면 돼요. 또 일주일에 하루를 TV 안 보는 날로
정하면 그만큼 대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TV앞에서는 가족이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강소장은 부모가
의사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추천하는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방법은 무조건 잘 들어주기. 밖에서는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대화법 강의를 하고 다니던 강 소장은,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자신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아빠 말 들어, 버릇없이 어디서라며 권위를
내세우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그 뒤로 아이의 말이 무엇이든 끝까지 듣고 난 다음 아빠로서의 의견을 말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실 남의 말을 잘
듣기란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뜬금없기 일쑤인 아이들과의 대화는 마치 도를 닦는 듯한 기분이 들겠지만 이 역시도
참아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설거지를 하거나 TV를 보면서 건성으로 대답하지 마세요.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를 진심으로 공감하기 어려워요,"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성공은
시작이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 부모 역할의 성패를 가늠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가지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부모가 과연 성공한 것인지를 반문한다. 강 소장은 부부가 수시로 자신들이 가진 양육의 틀과
그림을 맞춰보라고 조언한다. 아이에 대한 일을 서로에게 미루거나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하라는 것.
세상
누구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 부모가 되어 본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역할이다. 싫다고 그만둘 수 없고 매일 주어진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리얼 생방송이다. 무엇보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곧바로 확인할 길이 없고 그에 대한 평가는 20~30년 후에나 내릴
수 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지금 최선이라고 믿는 길로 아이를 부지런히 인도하는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가족행복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세요.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보여주고, 생각을 공유하고, 마주보고 웃는 시간과 추억들이 벌써 아이의 성공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출 처] 베스트베이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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