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리는 숙제..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숙제 고부갈등 "
♠ 참석자
( 천정순(80) "붕어빵은 왜 사왔니?" 저자, 윤정선, 심은희(31), 강학중(44), 김홍진(33), 김명아(26) )
윤정선 : 고부갈등이란거... 서로 부담되는 관계 때문에 나오는 얘기 아닌가요? 인간관계에
서 부담으로 느껴질 때 관계가 어려워지는 거 같은데.. 시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에게 한만큼 하길 기
대하시는 거 같구요..이런 게 며느리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거 아닌가요?..
한번은 시댁에 갔는데 부엌에 호박죽 한 그릇이 있데요.. 어머님 음식이라 손도 못 대구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 한 그릇이 시누이 방으로 가더라구요.. 저도 입인데... 나중에 그릇 내오시면서 먹으련?
하시는데 어찌나 섭섭하던지요. 시부모님께 정말 잘 해야지 하다가도 이럴때면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구요. 며느리는 잘 해봤자지.. 하는 생각도 들구.
천정순 : 딸이랑 며느리가 같을 수는 없는 거 같아요. 딸은 자식이지만.. 며느리와의 관계는
평행선이라고 할까.. ?. 간혹.. 딸보다 며느리가 더 예쁘다는 말을 듣긴 하지만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
돼요. 그러나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가족으로서 설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윤정선 : 밑반찬이라도 해서 시댁에 가자고 하면 남편이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주말에 쉬
다가도 시댁 가자 하면 못 이기는척 하면서도 따라나서구요.. 제가 시부모님께 애교도 부리고 잘한다
싶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운가 봐요. 근데요.. 이게 말이죠.. 시누이가 있으면 맘처럼 잘 되지 않더라구
요.. 사실 시누이가 없으면 시부모님께 더 곰살맞게 하는데.. 있으면 제 행동도 많이 달라지더라구요.
시어머님도 마찬가지시구요.. 저를 챙기시다도 딸이 오면 행동이 달라지시니까요.
천정순 : 달라지시는 게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며느리 입장에서는 섭섭한 면이 많겠지만 며
느리에게 더 예의를 차리게 되는 부분도 많아요. 딸에게는 별소리 다 하게 되지만, 며느리에게는 마음
에만 묻어두고 하지 못하는 얘기가 많거든요. 아무리 친한 고부간이라 해도 못하는 얘기는 많을 겁니
다.
강학중 : 시간이 지나다 보면 떨어져 사는 딸보다 한지붕 밑에 사는 며느리가 더 가깝게 느
껴지기도 하시죠?
천정순 : 그럼요.. 딸이랑은 못해도 며느리랑 할 수 있는 얘기가 있거든요..
윤정선 : 하긴 그래요. 저도 이제는 시어머님이 더 편할 때가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시아버
님보다 시어머님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여자로서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일까요? 그
런 거 같아요.. 나 이만큼 노력하고 잘 하니까.. 이만큼 해 주시겠지 기대를 하는 게 문제 아닌가요?
주는 걸로 만족하면.. 일은 잘 풀리는 거 같아요.. 참, 시어머니와의 스킨쉽도 참 중요한 거 같아요..
멋적어하시면서도 주물러드리면 좋아하시더라구요.
김명아 : 제가 보기에 고부갈등을 심각하게 경험하는 가정들을 보면요..구조적으로 공통점
이 있더라구요. 홀어머니의 외아들..아님 4대독자..등 특히 기대가 컸던 아들을 둔 시어머니들이 며느
리와 관계가 좋지 않던데요. 어머님들이 아들을 며느리에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시는 거 같기도 하구
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윤정선 : 그래요. 남편이 능력이 없을 경우 자녀에게 더 의지하게 된다고 하던데요..
이럴 경우 자녀를 출가시키면 아무래도 기분이 남다르겠죠.. 제 아들이 5살인데요.. 자식 낳고 키워보
니까 느낌이 참 다르더라구요.
강학중 :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 못지않게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홀로 서는 게 또 어
렵거든요.
천정순 : 하지만, 어렵다고 피하면 안됩니다. 자꾸 부딪혀야죠. 보기 싫다고 안 보기 시작하
면 더 멀어지기만 합니다.
심은희 : 저희 집이 그런 경우예요..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다 큰 아들을 아가,아가 부르
시며 남다른 애정표현을 하시더라구요..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모든 걸 다 가르치려고 하시구요. 그게
처음에는 스트레스였어요.. 가서 뵙는 것도요. 근데 제가 아이를 낳고서 많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저
도 그렇구요. 어머님도요. 서로 어머니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그럴까요? 의논할 거리도 생기더라구
요. 최근에는 사랑하는 큰 며느리에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받았는데요.. 눈물이 나더라니까
요.
윤정선 : 시어머니를 여자로 보면 쉬운 거 같아요. 사실 어머니가 문제가 아니고 저였어요.
해결점도 제가 가지고 있구요. 다만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간격을 좁혀나
가는 시간 말이죠. 그리고 먼저 깨달은 사람이 먼저 바꾸려는 시도를 해야 해요. 좋은 책 읽고 좋은 얘
기 들으면 뭐해요.. 하지 않으면 다 무용지물이잖아요.. 4년동안 고생했으면 40년 동안 노력하라는 얘
기도 있잖아요. 사람관계에서, 특히나 고부관계는 살면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아요.
심은희 : 결혼해 보니까.. 시누이 노릇도 잘 해야겠더라구요. 요즘 친정어머니가 가끔 며느
리 흉보면.. 제가 그러지 말라고 그래요.. 다 제가 겪은 일이니까.. 생각이 달라지네요.
김명아 : 얘기를 들어보니까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요.. 정말로 고부갈등으로 어려
워 하는 분들에게 그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노력해봐라 그러면 서로 이해하는 날이 올거
다라는 그런 막연한 말 말구요..
천정순 : 어렵겠지만 노력하라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네요. 그리고 또 하나 며느리에게 여
우가 되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머지 않아서 당신 편이 될 것이다 라고요.. 제 며느리는 정말
잘하는게 없어요.. 그런데 참 상냥해요.. 이거 하나로 부족한 점이 다 메워지거든요.
일부러 미워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상냥하게 다가오는 며느리를 미워할 시어머니는 없을 거예
요.
심은희 : 남편의 역할도 중요해요. 한마디로 중립을 지켜야죠.. 제 남편은 항상 제 앞에서는
제 편을 들어 줬어요.. 물론 어머니 앞에서는 또 다르겠지만.. 그러면 괜히 제가 쓸데없는 말을 한 거
같아 남편에게 미안해지고..어머님께도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명아씨.. 아직
미혼이니까.. 너무 시어머니에게 잘하려고 해도 힘들어져요. 처음부터 딸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죠.
천정순 : 맞아요. 처음에는 좀 부족한 듯 싶다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더라구
요..
시어머니들에게 제가 드릴 말씀은요.. 한발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며느리와 대
화가 통하려면 시어머니도 공부해야 돼요. 책도 보고,, TV도 보고요. 간격을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
하니까요. 그리고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고, 아주 작은것도 자주 얘기하세요.
김홍진 : 저도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데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사실 곤란한 적이 꽤 있어
요? 지난 번에는 아내와 어머니가 함께 이모댁에 외출을 하는 데 어머니게서 아내에게 어떤 옷을 입
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나봐요, 아내는 방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저에게 "아니, 어머니는 옷입는 것을
이래라 저래라 하신다"고 저에게 화를 내더군요! 사실 저는 속으로 웃고 말았어요! 어머니는 이모댁
에 가니까 좀 이쁘게하고 가면 하는 생각, 아내는 좀 자유롭게 입고 갔으면 하는 생각에 어머니가 별
일을 다 간섭한다고 생각하게 되는가 봅니다.
강학중 : 시어머니와 며느리관계를 무조건 대립하는 관계, 갈등의 관계로만 보지 말고 협조
적 관계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며느리가 외출할 때 아이도 봐 주고 살림이나 육
아 경험이 없어 당황해 할 때 시어머니가 도와도 주고 그리고 며느리는 용돈 챙겨 드리고 시어머니가
새로운 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린다면 갈등이 훨씬 줄지 않을까요?
윤정선 :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아도 갈등은 마찬가지 일꺼예
요. 시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찌보면 연세드신 분과 살면서 겪게되는 세대차이 같은 거일찌
도 모르구요. 예.. 결국 시간이 필요한거 같네요.
김명아 : 제가 풀리지 않는 숙제 고부갈등이라고 주제를 붙이긴 했는데요.. 말씀을 나누다
보니까 고부갈등은 노력하면 풀리는 숙제,, 하지만 시간이 필요한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천정순 여사가 제안하는 고부갈등 해결 10가지 방법 >
1. 뭐든지 터놓고 얘기한다.
2. 며느리의 취미를 살려준다.
3. 취미생활로 외출할 시간을 갖는다.
4. 고부가 같은 신앙을 갖는 게 중요하다.
5.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좋다.
6. 며느리와 같이 아들 흉을 본다.
7. 내 물건을 살 때 며느리 것도.
8. 딸들에게는 무관심하게.
9. 돈은 써야지
10. 저녁이 되면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