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8 일 매일경제신문
"자녀들 의 유학을 위해 홀로 남는 기러기 아빠로 인해 가정파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 기러기 아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외로움 에 따른 정신적인 문제와 가장 기본적인 조직인 가정의 붕괴라는 악 영향도 뒷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범희 삼성 서울병원 정신과 교수(42)는 "기러기 아빠는 자녀와 아내 가 우리나라를 떠나는 순간 가족 들과 완전히 차단됐다는 기분을 갖게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가족 자체의 거리감으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다가 시간 이 지날수록 가족간 거리가 더욱 멀어져 가정파괴에까 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의 양산에 따라 아버지, 어머니, 자녀 등 모든 가족들이 정서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미나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연구원 은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이고 이 관계가 원만해야 전체적인 가 정이 평화로울 수 있다" 며 "하지만 자녀유학으로 불가피하게 처한 기러기 아빠는 아버지의 역할을 잃게 되면서 느끼 는 상실감에 따른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 다"고 지적했다.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가 가장 큰 피해자이며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자신이 돈만 버는 기계로 취급받는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역할 상실감에 따라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일중독증이나 우울증 에 빠지게 된다는 것. 자녀 를 쫓아간 어머니도 피해자임에 틀림없다. 어머니의 경우 외국에서 아버지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고 자녀가 유학 생활 도중 탈선ㆍ사 고 등으로 잘못되면 주위에서 쏟아질 "당신은 외 국에서 뭐했어"라는 비난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자녀는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따른 부적응과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어머니 밑에서만 생활해 야 하는 관계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이향식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도 "기러기 아빠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아 이들은 정서함양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이 국에서 느끼는 혼란감으로 인해 안정된 정서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 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홍종성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