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리빙 5월호] 취재기사
-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의 제언 좋은아버지가 되려면 좋은 남편이 되는게 먼저다
아내 혹은 아이와의 관계에서 아버지는 왕이고 남편은 하늘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통용 되지 않은지 오래, 사실 남자들은 사회적인 흐름 등 외부 환경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변화하려 는 가정에 대해서는 못 들은척 모르는척하며 과거의 형태를 반복하고자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편 이라는, 아버지라는 가장의 역할을 기득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구시대적인 사고방 식을 유지하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부부 혹은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권력관계이다.
아내와 남편과의 관계 그리고 부모와 자식 관계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권력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아이가 어리고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까지는 권력 중심이 남자에게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남편의, 아버지의 기운이 쇠하고 거기에다 경제적인 능력까지 떨어지면 권력 의 중심은 아내와 아이들로 옮겨지기 마련이다. 그런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남자는 점점 외로워지 고 적응하지 못하게 되며 시간이 갈수록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거기에다 가정 내에서 가장의 역할이 오로지 돈을 벌어오는, 경제적인 것에만 취중했다면 감원이나 명예퇴직 등 외부상황에 떠밀려 일자리마저 밀려나게 된 뒤엔 그 자체로서의 존재가치가 사라지게 되고 만다.
직장에서 밀려 난 뒤 남자들이 받는 충격이 그 만큼 커지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 미 술, 친구, 일에 몰려다니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는 동안 남은 가족들은 아버지의 부재에 점점 익숙 해지고 오히려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아버지를 불편해하고 거북해하기 쉽다. 그러니 가족들에게서 느 끼는 태도로 인해 가장이 느끼는 좌정감은 배가되기 마련. 만약 경제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 서 아버지로서의,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그 정도의 심각한 상심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실 제 아내와 아이들이 바라는 가장의 역할은 돈 잘 벌어오는 기계가 아니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화하 고 더 오붓하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역할이다. 돈은 조금 못 벌어오더라도 아내의 마음을, 아이 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가장을 더 좋아한다. 대화보다 좋은 건 없다.
좋은 남편을 만드는 방법은 특별한 게 없다. 대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결혼을 하면서 기대하기 마련인 요소들을 수시로 남편에게 보여주며 두 사람의 틈을 줄이도록 해야 된다. 불론 한동 안 하지 않던 대화가 어느 순간 이뤄지는 건 결코 아니다.
대화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서로의 감정 이 상해있는 상태에서는 절대 대화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한다는 건, 서로 의 감정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의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주제가 합 의된 뒤엔 대화 시간도 문제다. 밥 먹는 식탁에서, 침대에 앉아, 혹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 을 때 붙잡고 이야기 하면 짜증 섞인 대답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뉴스가 끝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등 시간을 정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대화할 때의 규칙. 욕하면 안 된다,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화 내지 않는다, 각자 5분씩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반혼을 이야기하기로 하는 등 방법을 정하는 것도 좋 다.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은 때에는 정중하게 타임아웃을 신청하고 잠시 혹은 다음날로 대화를 미뤄 두는 것도 한 방법. 물론 쪽지나 음성녹음, 이메일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화법이 될 수 있다. 좋은 남편 없이 좋은 아버지 없다.
자식 농사보다 부부농사가 더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들의 토양이자 물이고 햇빛이고 바람이다. 부부 가 매일 싸우고 썰렁한 분위기를 만든다면 다 소용없는 일. 부부관계를 좋게 만들어 좋은 분위기를 만 든 뒤라면 아이의 발달단계를 잘 지켜보는 게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이다.
아이가 갓난아기일 때, 유 치원생일 때, 초등학생일 때 그리고 사춘기일 때 등 아빠의 역할은 달라지게 마련. 단계별로 맞는 역 할을 해주어야 된다. 하지만 사실 아이다 자라나는 시기는 아버지들의 사회적으로 몹시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기를 놓지고 나면 아무리 아버지가 노력한다고 해도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는 돈독해지기 힘들다. 때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 함께 시간이 부족해 용돈을 주거나 선물공세를 하는 나름대로의 방법도 때론 효과적일 순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 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만약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확실히 아빠의 역할을 해 그 시간이 지난 후라도 아빠가 늘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한 그 방법은 아이의 특성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아이의 심사기준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된다. 이 때는 엄마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변해야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고 자 란 모델이 가부장적이었던 그들의 아버지인 만큼 변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 역시 당연한 일, 아 빠로서 보여지는 남편의 모습이 이후 아이의 아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늦기 전에 화목 한 가정으로, 가족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된다. 아직 늦기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