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1.04.30 [가정을 바로 세웁시다] 제1부-(7) 변화된 가정-성공사례들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이모씨(47)는 요즘 더 없이 마음이 편하다. 아내가 몸이 좀 불편하긴 하지 만 가족이 서로를 신뢰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인 아들(24)과 딸(21) 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씨에게 이런 행복이 쉽게 다가온 것은 아니다.2년전만 해도 이씨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 잡혀 있었다.아내(47)가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위중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평생 곁 에서 고생만 해온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술과 도박에 빠져 아 내를 괴롭혔던 지난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이씨를 괴롭혔다. 이씨는 이 일이 계기가 돼 그해 겨울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문을 두드렸다.아내에게 진 빚을 갚 고 늦게나마 좋은 남편,존경받고 사랑받는 아버지로 다시 태어나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씨 는 아버지학교에서 아내와 자녀에게 편지쓰는 시간,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강연 등을 통해 가족 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이런 경험은 신앙생활로 이어지면서 이씨는 신기할 정도로 바뀌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셔대던 술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변화 였다.전에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편이었으나 이후로는 그들의 의견에 귀 를 기울였다.무관심했던 아이들에게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한 것은 물론이다.택시운전을 하느 라 늘 피곤한 몸이었지만 서울 인근 공원 등으로 가족 나들이를 가는 등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 간을 늘려나갔다.집안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씨는 “아버지 학교가 계기가 돼 갖게 된 신앙생활로 요즘 우리 가정은 그렇게 평안할 수가 없 다”며 “아내와 아이들을 신뢰하고 아껴주는 마음을 계속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변성권씨(49)도 아버지학교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경우. 변씨는 아들(18·고3) 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민해오다 지난 2월 아버지학교를 찾았다.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해온 아들이 1년여 전부터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 것. 아들은 공부를 소홀히 하고 밖으로만 나돌더니 슬슬 거짓말까지 하고 이를 나무라자 아예 아버지 와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했다.맞벌이 부부라 신경을 써주지 못해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들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커져갔고 급기야는 아들에게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버지학교에서 변씨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자녀를 사랑하는 20가지 이유를 쓰는 과정 을 통해 아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고 아들과 관계가 악화된 근본적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기 에 급급했던 것이 아들과 멀어지게 된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변씨는 아들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우선 아들을 꾸짖기보다는 장점을 끄집어내 칭찬해 줬고 매사에 아들의 입장을 한번 더 헤아리려고 애썼다.전처럼 공부만을 요구하지 않고 어떤 분야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아들을 위로했다.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들이 점차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반항적인 말투가 사라졌고 아버지를 피하는 일도 줄어들었다.전에는 승용차로 등교를 시켜주겠다는 것을 한사코 마다했는데 이제는 태워달라고 응석을 부리기도 한 다.학교나 친구들 이야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으나 이제는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상의하는 관계가 됐다. 변씨는 “자식을 사랑해서라고 하지만 자기 잣대로만 자식을 재려다보면 부자간 갈등은 피할 수 없다”며 “아들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좀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계4가에서 재봉틀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44)도 요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씨는 대기업 계열사 부장이었다.대기업 영업파트에서 20년을 줄곧 앞만 보 고 달려온 김씨는 동기들보다 진급이 앞서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소위 ‘잘나가는’ 샐러리맨이 었다.하지만 이같은 성공은 가정을 희생하며 얻은 것이라는 생각에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업무 성격상 김씨는 늘 술자리와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귀가는 자연히 늦어졌고 가정은 순탄할 수 없었다.지방으로 전근,1년 가까이 주말부부로 지내기도 했다.어느날인가 김씨는 이같은 생활 에 회의가 들었고 지난해 여름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일에 쫓겨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일 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이후 사업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가족과 보낼 여유가 생기면 서 김씨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요즘 좋아하지 않는 멜로드라마를 의식적으로 자주 본다.아내(39)가 좋아하기 때문에 함 께 보다보면 자연히 아내와 대화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아내도 이같은 마음을 아는지 김씨 에게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김씨는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를 위해주는 마음씀씀이”라며 “사소한 일에서부터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하 다”고 말했다.
/라동철기자 rdchul@kmib.co.kr |